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SSG의 준PO 4차전. 3회말 1사 1,2루 SSG 경헌호 코치가 마운드를 찾아 김광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14/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볼넷 1위였던, '볼'을 남발하던 팀. 1년만에 리그 최강 불펜을 갖춘 팀으로 변신했다. 그런데도 아쉬운 부분을 가장 먼저 곱씹었다.
SSG 랜더스는 올 시즌 김민~이로운~노경은~조병현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의 필승조를 가동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SSG 불펜진은 리그 최저 평균자책점 1위(3.36), 탈삼진 1위(502K), 홀드 2위(102H)를 기록했다. 최고령 투수 노경은은 2년 연속 홀드왕을 차지했고, 노경은과 이로운이 30홀드 이상을 동반 달성했다. 조병현 또한 본격 마무리 첫 시즌에 30세이브를 올렸다. 김민 역시 기복을 최소화하면서 22홀드를 챙겨 알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 멤버로 이렇게 잘 할 줄 알았을까. 트레이드 이적생 김민이 과연 새팀에서 어떻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데뷔 이후 발전하지 못하고있던 이로운을 불펜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나이를 한살 더 먹은 노경은이 건재할지, 조병현이 마무리로 첫 풀타임 시즌을 어떻게 보낼지.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이 물음표였다.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삼성의 준PO 2차전. SSG 조병현, 조형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11/
경헌호 투수코치는 이 투수들이 이런 성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그걸 예상했으면 내가 야구가 아니라 점쟁이를 했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만큼 유독 불펜 운영에 있어서는 시즌전 구상보다 훨씬 더 잘풀린 부분들이 많다.
경헌호 코치는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유망주급 투수들을 살피며 이숭용 감독과 함께 내년 시즌 마운드 계획 구상에 나섰다. 이번 캠프에서도 박기호, 김성민, 윤태현, 김도현, 조요한 등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조금씩 내년 1군 활용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만들어줬다.
윤태현과 대화하는 경헌호 코치. 사진=SSG 랜더스
사실 1년전 SSG 이적 후 첫 마무리캠프 당시에는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경헌호 코치는 "이제와서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작년 마무리캠프에 와서 각종 데이터 자료들과 선수들을 보는데 큰일났다 싶었다. 거의 모든 지표들이 하위권에 있는데, 선수들마저 나에게 희망을 안주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올해는 작년에 비하면 훨씬 괜찮다. 긁어볼만한 선수들이 보인다. 조요한이 150km을 넘게 던지고,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김성민도 150km 넘게 나오면 작년에 비해서는 훨씬 희망이 보인다. 선수들이 잘 성장해주면 팀이 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올해 운좋게 좋은 불펜을 꾸렸지만, 내년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SSG의 경기. 경기를 지켜보는 SSG 이숭용 감독, 경헌호 코치.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3/
올 시즌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이, 가장 높은 피로가 쌓인 조병현과 이로운은 국가대표팀 소집까지 마친 후 이제서야 휴식에 들어간다. 그러나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지금 이 휴식기를 어떻게 보내고, 캠프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명운이 달려있다는 사실을 선수들도 알고있다. 김민과 노경은 역시 마찬가지. 여기에 변수를 감안해 최소 1~2명은 확실한 불펜 자원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숭용 감독의 주문이다.
경헌호 코치는 "올해 선발들이 너무 빨리 무너졌다. 선발 투수들이 반성해야 한다. 최민준, 박시후, 전영준 이 친구들이 멀티 이닝을 잘 막아줬기 때문에 6~9회에 승부를 봤던 거다. 내년에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 기본적으로 내년에는 꼭 선발들이 최소 6이닝은 막아줄 수 있어야 한다"며 선발진이 결국 새 시즌 성적의 키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