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롯데의 경기, 6회초 2사 3루 키움 송성문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9.20/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가성비 높은 영입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 보장된 120억의 비FA 계약을 마다하고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 중인 송성문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나왔다. 냉정한 저평가 분위기를 뚫고 드디어 '가성비 계약'이라는 평가가 등장한 것. 무엇보다 송성문의 예상 계약 규모가 언급된 점이 고무적이다. '3년-1500만달러(약 220억원)' 정도면 계약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도 있다.
미국 매체 팬사이디드는 26일(이하 한국시각) 'KBO 스타 내야수 송성문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영입 물망에 올랐다. 샌디에이고의 내야 뎁스 보강을 위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송성문은 키움 히어로즈에서 잔뼈가 굵은 알짜배기 내야수다. 지난 21일 구단 요청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포스팅 공시를 요청했고, KBO가 MLB사무국에 송성문의 포스팅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MLB 사무국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21일에 MLB 30개 구단에 송성문의 포스팅을 알렸다.
이에 따라 송성문은 12월 21일 오후 5시까지 MLB 30개 구단과 자유롭게 포스팅 협상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가 그리 우호적이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송성문의 역량에 대한 의문점이 달렸다. KBO리그에서는 뛰어난 멀티 내야수로 정평이 났지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를 공략하기 어렵고, 특히 멀티 내야수임에도 유격수 수비는 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지적됐다.
MLB닷컴은 그나마 호의적인 평가를 했다. 송성문에 관해 '지난 두 시즌 동안 KBO리그 최고의 내야수 중 한명이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0.700에 못 미치는 저조한 OPS를 기록했지만, 2025년에는 OPS가 0.917이었다'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했다. 송성문은 2025시즌 키움 히어로즈의 주전 3루수로 뛰며 타율 0.315(전체 7위) 26홈런(6위) 181안타(2위) 25도루(12위)를 기록했다.
1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송성문이 수비를 하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4/
하지만, MLB트레이드루머스는 21일 '송성문은 KBO리그에서 14.9%의 삼진율을 기록했다. MLB 기준으로는 뛰어난 수치지만, KBO리그는 투수들의 평균 구속이 낮고, 타자들도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드는 스타일이다. 여기서는 평균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수치였다'면서 송성문의 스탯이 MLB에서 통하지 않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수비 부문에서 유격수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진정한 유틸리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팬그래프닷컴도 '송성문은 3루 수비력과 주루 능력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타격실력에는 큰 의문이 붙는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나가는 유인구에 취약하고, 특히 업힐 스윙 궤적을 지니고 있어 존 위를 공략하는 스트라이크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 마디로 약점이 너무 많은 타자라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팬사이디드는 '송성문이 키움에서는 3루수로 뛰었지만, 내야 전반을 소화할 만한 멀티수비 능력이 있다. 이 점은 현재 매니 마차도가 3루를 맡고 있는 샌디에이고에서는 포지션 중복 문제를 피할 수 있는 요소다'라며 '더불어 송성문은 타격 능력뿐만 아니라 빠른 발을 갖고 있어, 출루 시에는 상대 수비에 위협이 될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은 루이스 아라에즈와 라이언 오헐른이 FA로 팀을 떠날 수도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만약 두 명 모두 떠나면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2루에서 1루로 옮기고, 송성문을 2루수로 쓰는 식으로 내야를 재정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좌측 내야(3루수-유격수)는 각각 마차도와 잰더 보가츠가 맡고, 우측 내야(2루수-1루수)는 송성문과 크로넨워스가 맡는 그림이 나온다'며 샌디에이고가 송성문을 영입해 2루수로 활용가능하다고 전망했다.
2025 K-BASEBALL SERIES 대한민국과 체코의 평가전이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1회말 1사 3루 송성문이 적시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1.08/
결국 송성문이 현재 샌디에이고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내용이다. 팬사이디드는 특히 '송성문을 연간 500만 달러 수준의 3년 계약으로 영입하면 꽤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다. 현재 샌디에이고가 약 4000만 달러의 연봉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가성비 높은 송성문을 영입하면 팀 전력을 정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송성문이 앞서 포스팅으로 MLB에 진출한 김하성이나 이정후, 김혜성 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연간 500만달러 수준으로 영입한다면 꽤 가성비 좋은 선수라는 평가다. 총액 1500만달러라면 국내 보장 120억원 보다는 100억이나 더 많은 금액이다. 송성문의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정도 계약으로 '꿈의 무대'인 MLB에 진출할 수 있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