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NC 김형준이 수비를 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27/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김)형준이는 쌀 때 빨리 잡아둬야 하는 선수다. 빨리 좋은 계약을 했으면 좋겠다."
이보다 솔직하고 과감한 칭찬이 있을까.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는 한때는 같은 팀 후배였고, 지금은 본인의 뒤를 잇는 국가대표 포수로 성장한 NC 다이노스 안방마님 김형준을 기특하게 지켜보고 있다. 강민호와 양의지가 포수 상을 양분했던 시대가 가고, 곧 김형준의 시대가 올 것이라 단언했다.
실제로 김형준은 올해 각종 포수상을 휩쓸고 있다. 올해 포수 부문 KBO 수비상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 2023년 첫해 양의지, 지난해 박동원(LG 트윈스)에 이어 김형준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김형준은 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2025 컴투스프로야구 리얼글러브 어워드'에서도 쟁쟁한 선후배들을 제치고 포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라운드에서 함께 뛴 선수들이 직접 투표해 선정한 상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
양의지는 NC 시절 '제2의 양의지'로 불렸던 김형준이 본인을 위협할 만큼 성장한 것을 인정하며 "나는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다. 이제 곧 있으면 김형준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NC가 가능한 빨리 비FA 다년계약을 추진할 것을 추천했다. 2018년 2차 1라운드 9순위로 NC에 입단한 김형준은 내년이면 프로 9년차가 된다. 군 복무 2년이 있고, 부상 이탈 기간이 있어 아직 FA 자격을 갖추진 못했다.
양의지는 "형준이는 쌀 때 빨리 잡아놔야 하는 선수다. 빨리 좋은 계약을 했으면 좋겠고, 형준이가 잘할 것이라는 것은 항상 의심하지 않는다. 최고이고, 내가 제일 아끼는 후배"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2025 리얼글러브 어워드가 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렸다. 포수 부문 수상자 김형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2.01/
2025 KBO 시상식이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렸다. KBO 수비상을 수상한 포수 NC 김형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1.24/
양의지는 또 "형준이, 김건희(키움 히어로즈), 조형우(SSG 랜더스) 이 세 선수가 이제 경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원회(SSG)도 되게 인상 깊었다. 네 선수가 앞으로 리그를 책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김형준이 독보적이지만,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실력도 많이 늘고 앞으로 더 대형 포수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남겼다.
김형준은 대선배의 특급 칭찬에 "항상 그렇게 좋은 말씀을 해 주셔서 정말 좋다. (양)의지 선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포수지 않나. 그래서 더 좋은 것 같다. 항상 선배님을 보면서 배우고 싶은 점도 많았고, 같은 팀일 때는 어려워서 말을 많이 하지 못하고 조금 먼 느낌은 있었다(웃음). 두산 가시고 나서 조금 더 친해졌는데, 창원 오시면 맛있는 것도 많이 사 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신다. 쉬는 중에도 연락하면서 도움을 많이 얻는다. 의지 선배뿐만 아니라 강민호 선배도 한번씩 야구장에서 이야기하고 인사하면 좋은 말을 많이 해 주신다. (박)동원이 형도 그렇고 좋은 선배들이 많다. 선배들이 조언해 주시면 그 시즌에 항상 힘이 됐던 것 같다. 나도 그런 선수가 돼서 나중에 후배들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싶다"고 감사를 표했다.
김형준의 다음 목표는 골든글러브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4년 동안 포수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은 강민호(6회) 아니면 양의지(8회)였다.
스스로 타격 성적에 아쉬움이 크다. 김형준은 올해 127경기에서 타율 0.232(362타수 84안타), 18홈런, 55타점, OPS 0.734를 기록했다.
김형준은 "수비는 인정을 받아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골든글러브까지 받으려면 타격에서 좋은 성적이 나와야 더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 올해 20홈런을 목표로 했는데, 이루지 못해 아쉬웠다. 부족하긴 했지만, 지난해보다는 그래도 나아진 모습을 보여 다행인 것 같다. 하지만 많이 모자라기 때문에 계속 발전해서 선배님들이 은퇴하시고 받거나 은퇴 안 하셨을 때 받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 강민호, 양의지 선배 이후 처음 골든글러브를 받는다고 하면 정말 더 뜻깊을 것 같다"고 했다.
19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두산과 NC의 WC 1차전. NC가 14대9로 승리했다. 양의지가 김형준에게 배트를 선물하며 축하하고 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