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가 또 다시 선수 키우기의 성지로 거듭나는 분위기다. 메이저리그 시절에는 그저 그런 선수였던 코디 폰세가 KBO리그 한화 이글스에서 특급 에이스로 거듭나며 2025시즌 MVP를 차지한 뒤 다시 MLB 리턴을 추진 중이다. 현지에서는 매우 호의적인 반응이다. 뿐만 아니라 최소한 3000만달러 이상의 몸값을 받을 수 있다고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심지어 역대 최고의 'KBO리그 역수출 아이콘'으로 불리는 메릴 켈리의 이름마저 소환됐다. 폰세가 '제2의 켈리'로 또 다른 성공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아가 폰세의 가장 유력한 행선지에 관해서도 언급됐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폰세를 잡아야 한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2025KBO시상식이 열렸다. MVP에 뽑힌 폰세가 기뻐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1.24/
폰세는 올해 한화 돌풍의 주역이었다. 냉정히 말해 폰세가 아니었다면, 한화가 한국시리즈 결승까지 오르는 기적을 만들 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팩트다. 폰세는 올해 한화 소속으로 KBO리그 최초의 개막 15연승을 질주하는 등 초반부터 거센 돌풍을 일으켰다.
결국 29경기에 나와 180⅔이닝을 소화하며 17승1패, 평균자책점 1.89에 252탈삼진을 기록해 다승과 평균자책점, 승률, 탈삼진 부문 4관왕을 차지했다. 나아가 올시즌 KBO리그 MVP 또한 폰세의 차지로 돌아갔다.
이런 활약은 사실 전혀 기대치 못했던 것이다. 폰세는 지난 2015년 MLB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55번으로 밀워키 브루어스에 지명됐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2020~2021시즌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불펜투수로 뛰었는데, 2020년에는 1승1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고 2021년에는 승리없이 6패만 떠안았다. 평균자책점은 7.04나 됐다.
결국 폰세는 MLB에서 밀려나듯 떠나 일본 프로야구(NPB)의 문을 두드렸다. 2022~2023시즌 닛폰햄 파이터스, 2024년 라쿠텐 골든이글스 소속으로 3시즌 동안 39경기에 나와 202이닝을 던지며 10승16패 ERA 4.54를 기록했다.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한화 폰세가 역투하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29/
이때까지도 역시나 폰세는 특급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런데 한화에 온 폰세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KBO의 버프를 제대로 받았는지, 패스트볼 평균구속마저 늘어났다. 여기에 스플리터까지 제대로 장착하며 완전히 업그레이드됐다.
이런 폰세에 관해 현지 매체 디애슬레틱은 2일 '폰세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2020~2021년에는 93마일 정도였다. 그러나 KBO리그 한화에서 약 2마일 정도 빨라졌다. 덕분에 MLB시절 그다지 위력적이지 못했던 변화구의 위력도 늘어나게 됐다. 특히 새로 장착한 스플리터는 폰세의 제2의 무기가 됐다. 덕분에 폰세는 높은 탈삼진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폰세가 이런 변화 덕분에 MLB에서 높은 몸값에 계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MLB닷컴은 '전 MLB 불펜투수 폰세가 KBO리그를 점령한 뒤 다시 MLB무대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폰세는 FA시장에서 많은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다. 디 애슬레틱의 보도에 따르면 3년간 최소 3000만달러, 최대 4000만달러의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폰세에게 이런 거액의 계약을 안겨줄 유력 구단은 어디일까. 현지에서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예상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2025KBO시상식이 열렸다. MVP에 뽑힌 폰세가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1.24/
MLB닷컴은 1일 '샌디에이고는 선발 로테이션에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폰세의 영입을 추천했다. 이 매체는 메이저리그 30개구단의 팀별 문제점과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선수들을 추천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선발이 가장 큰 문제이고, 해결방안은 폰세를 데려가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샌디에이고는 내년 시즌 선발진이 붕괴될 위기다. 지난해 14승에 이어 올해는 8승을 거두며 좋은 활약을 펼친 우완 딜런 시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떠났다. 마이클 킹 또한 FA시장에 나왔다. 다르빗슈 유는 팔꿈치 수술을 받아 내년에 뛰지 못한다. 선발 로테이션 수혈이 긴급하다. 샌디에이고가 폰세를 데려간다면 당장 선발 한 자리를 채울 수 있다. 폰세가 과연 샌디에이고의 부름을 받으며 '제2의 메릴 켈리'로 역수출 성공시대를 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