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FA, 다년 계약에서의 옵션 내용을 일반팬들이 알기는 힘들어지는 시대가 오는 것일까.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5년 겨울 프로야구 비시즌이다. FA 시장이 열리기 전에는 최대어 박찬호, 강백호가 가장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였는데 막상 뚜껑이 열리니 다른쪽에서 이슈들이 뻥뻥 터지고 있다. 비교적 일찍 계약을 마친 두 사람은 잊혀진 실정이다.
LG와 예상치 못한 진통 끝에 벌어진 김현수의 KT 이적, 10억원을 페이컷 한 박해민의 낭만 계약 등이 신호탄을 쐈고 김재환의 '셀프 방출' 논란에 최형우의 전격 친정 컴백까지 반전 드라마보다도 더한 시나리오들이 매일같이 야구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보통 대형 계약에는 다양한 옵션이 따른다. 적게는 매 시즌 인센티브부터 선수나 구단 옵션으로 계약이 연장되는 것 등이다. 김현수와 김재환은 그 옵션 때문에 폭탄을 맞은 경우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김재환이 안타를 날린 뒤 숨을 고르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30/
김현수는 LG와 4+2년 총액 115억원 계약을 맺었었다. 4년 90억원 보장에 2년 25억원 추가. 그 2년은 김현수가 4년 동안 달성한 기록 옵션에 따라 자동으로 결과가 정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즌 중반부터 김현수가 그 옵션 조건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그게 현실이 됐다. 문제는 김현수가 성적을 끌어올리고 한국시리즈 MVP가 되며 주가가 올랐는데, LG 차명석 단장이 협상 과정에서 "김현수가 시즌 중 2년 25억원 계약 조건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계약을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서는 시즌 후 더 좋은 조건을 바란다"고 폭로성 발언을 해 김현수측을 크게 난처하게 만든 것이다. 결국 이 문제가 촉발이 돼 결국 김현수는 LG를 떠나 KT와 3년 50억원 전액 보장 조건에 사인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입은 정신적 데미지가 컸다. 팬들의 비난이 속출했다. 김현수측은 "우리는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며 펄쩍 뛰었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왼쪽)과 심재학 단장.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김재환은 초유의 '셀프 방출' 논란으로 여전히 진통중이다. 4년 전 두산과 총액 115억원 FA 계약을 할 때 삽입한 조항이 시작이었다. FA 계약 종료 후 두산과 우선 협상을 한 뒤, 합의가 안되면 방출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김재환은 보상 없이 사실상의 FA 시장에 나갈 수 있었다. 두산이 30억원 수준의 제안을 했는데도, 김재환이 이를 뿌리치고 나오자 김재환은 꼼수와 배신 논란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규정 위반은 아니다. 당시 두산이 OK 사인을 냈으니 그 조항이 들어간건데, 도의적으로라도 이렇게 나가면 안된다는 여론이 두산팬들 사이에 들끓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그러니 새롭게 계약을 맺는 선수와 구단은 옵션 공개를 꺼릴 수밖에 없다. 양현종은 KIA와 2+1년 총액 45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당연히 어떻게 해야 +1년이 실행되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양현종과 구단은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해갔다. 괜히 의도치 않은 말과 해석이 나올 걸 걱정해서다.
삼성과 2년 총액 26억원 계약을 한 최형우도 인센티브가 있다는 것만 알렸지,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양현종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