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와 KIA의 개막전, KIA 나성범이 경기 전 선수소개슌 그라운드로 나서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3.22/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원래 이런 야구하던 선수가 아니니까."
KIA 타이거즈 주장 나성범은 올해 최악의 1년을 보냈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KIA와 6년 150억원 초대형 계약을 한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남겼다. 종아리 부상 여파로 타율 0.268(261타수 70안타), 10홈런, 36타점에 머물렀다.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성적도 문제지만, 부상으로 계속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게 더 큰 문제다. 2022년 계약 첫해 144경기를 다 뛴 게 마지막 풀타임 시즌이었다. 2023년 58경기, 지난해 102경기, 올해 82경기 출전에 그쳤다.
한 야구인은 올해 나성범을 지켜본 뒤 "본인도 사실 답답할 것이다. 원래 이런 야구를 하던 선수가 아니니까. 옆에서 한번씩 보면 재미없게 보인다고 해야 할까. 원래 그런 느낌이 드는 선수가 아닌데 올해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며 안타까워했다.
나성범은 지난 7월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당연히 주장으로서 미안하다. 주장을 맡아서 성적이 잘 나오든 안 나오든 끝까지 안 아프고 풀타임 뛰는 것을 올해 목표로 잡았다. 재작년부터 시작해서 지금 계속 이렇게 부상으로 시즌마다 빠지고 이러다 보니 감독님, 우리 동료들, 팬분들께 너무 죄송스럽다"며 후반기 반등을 이끌겠다 다짐했으나 실패했다. KIA는 8위에 그쳤다.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KIA-한화전. 1회초 2사 1루 최형우가 투런포를 친 후 나성범의 환영을 받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3.29/
2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와 KIA의 개막전, 경기 전 진행된 KIA 타이거즈의 2024 시즌 우승 반지 전달식에서 나성범과 김선빈이 우승 반지를 손에 들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3.22/
올해까지는 그래도 맏형 최형우라는 우산이 있었다. 지난 9년 동안 KIA의 부동의 4번타자였고, 정신적으로도 선수단의 버팀목이었던 베테랑. 그런데 최형우가 지난 3일 삼성 라이온즈와 2년 26억원 FA 계약을 하고 떠났다.
이제 나성범은 김선빈, 김도영, 그리고 새 외국인 타자와 함께 최형우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그나마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면, 최형우가 빠진 지명타자 자리를 나성범과 김선빈이 돌아가면서 뛸 수 있게 된 것. 구단은 나이 30대 후반이 된 두 선수 모두 수비 부담을 줄이면 부상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타격도 더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50억원 계약도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았다. 2024년 그래도 한 차례 우승에 기여했으니 완전히 실패한 계약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남은 2년도 지난 시간과 같은 흐름이면 악성 계약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나성범은 비시즌 시작과 함께 러닝 훈련을 늘리는 등 부상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성범은 내년에는 144경기 모두 건강하게 뛰며 30홈런-100타점을 치던 괴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IA와 롯데의 경기, 3회초 1사 1루 KIA 나성범이 우월 2점홈런을 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