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예를 찾기 어려운 '스위치 피처(switch pitcher)', 즉 양손 투수로 데뷔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가 이를 포기했다.
주인공은 시애틀 매리너스 마이너리그 투수 주란젤로 세인제다. 2003년 5월 생인 그는 2024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시애틀에 입단해 지난해 마이너리그 싱글A+와 더블A에서 던졌다. 26경기(선발 23경기)에서 108⅓이닝을 던져 5승7패, 평균자책점 3.99, 120탈삼진, 51볼넷, 피안타율 0.207, WHIP 1.22를 마크했다.
그런데 좌우 투구 성적이 너무 대조적이다. 오른손으로 98⅔이닝을 투구해 삼진 111개를 잡고, 볼넷 32개를 내주며 OPS 0.618을 올린 반면 왼손으로는 9⅔이닝 동안 9탈삼진에 19볼넷, OPS 1.118을 마크했다. 당연히 스위치 피처로 가치가 있느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세인제는 오는 12일(한국시각) 개막하는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오른손으로 던지는 걸 전제로 초청을 받았다. 즉 시범경기에서 오른손으로만 투구한다는 얘기다. '스위치 피칭'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투타 겸업(two-way)' 만큼이나 관심을 모을 이슈지만, 당분간은 볼 수 없게 됐다.
주란젤로 세인제가 작년 3월 스프링트레이닝에서 한 경기에서 우완과 좌완으로 던지는 모습을 합성한 그래픽. 사진=MLB.com
저스틴 홀랜더 시애틀 단장은 2일 시애틀에서 열린 팬페스트에 참석한 자리에서 "세인제는 오른손 선발투수로서 최고의 기량을 뽐낸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의 루틴의 일부이자 높은 퍼포먼스를 위한 빌드업과 신체 관리의 일환으로서 왼손으로 계속 던지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그가 양손 투수로 되돌아올 수 있지만, 이번 캠프와 가까운 미래에는 우완투수로 등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왼손 피칭을 완전히 포기하는 건 아니지만, 당장 메이저리그에 오를 후보로서는 우완 투수로 던져야 한다는 뜻이다.
세인제는 MLB파이프라인 유망주 랭킹서 전체 91위, 시애틀 팜 7위에 올라 있다. 그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오는 3월 개최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는 참가하지는 않는다. 네덜란드의 참가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세인제는 이날 팬페스트에 참가해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를 갖고 "올해 들어 WBC 초청을 받고 가족, 에이전트와 고민을 했는데, 빅리그 캠프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세인제는 지난 시즌 선발투수로 토요일마다 등판하면서도 수요일에는 예외적으로 좌완 불펜으로 던졌다. 그러나 좌완으로 세 차례 구원등판서 부진이 이어지자 이후로는 선발등판 때 특정 매치업에서 왼손으로 던지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는 "양손으로 던지면서 부진을 겪었다. 그 전에 했던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인데, 그래도 배운 것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세인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양손 투수로 성공하는 것이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양손으로 던지는 걸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주란젤로 세인제가 2024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시애틀의 지명을 받은 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역사상 스위치 투수로 가장 유명한 선수는 팻 벤디트다. 그는 현대 야구의 출발점인 1900년 이후 양팔을 규칙적으로 사용해 던진 유일한 투수로 기록돼 있다. '규칙적'이라는 건 '이벤트'가 아닌 좌우 타자들을 전략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사용함을 의미한다.
2015~2020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6개팀에서 활약한 벤디트는 통산 61경기에서 72⅓이닝을 던져 2승2패,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했다. 오른손으로는 160명, 왼손으로는 152명의 타자를 각각 상대했다. 피안타율이 오른손으로 던질 때 0.256, 왼손은 0.204였다. 오른손으로는 우타자, 왼손으로는 주로 좌타자를 상대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