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도쿄돔 평가전을 앞두고 출국하는 원태인(왼쪽)과 문동주. 두사람 모두 부상으로 WBC 참가가 불발됐다.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줄부상에 사색이 된 WBC 대표팀. 하지만 이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WBC 대표팀에 또 부상 이탈자가 발생했다. 예상치도 못했던 선수인 원태인이다. 소속팀인 삼성 라이온즈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이던 원태인은 괌 1차 캠프 합류 후 오른팔에 이상을 느꼈다. 지난달 열린 대표팀 사이판 캠프에서는 특별한 이상 없이 일정을 마쳤지만, 이후 괌으로 이동해 소속팀 캠프를 치르는 과정에서 팔에 이상을 감지했다. 이후 원태인은 일본과 한국에서 검진을 받았고, 그 결과 오른팔 굴곡근 손상(그레이드 1) 진단을 받았다. 약 2~3주 가량 휴식을 취하면서 상태를 보고, 향후 피칭 스케줄을 다시 잡아야 한다. 큰 부상이 아닌 것은 다행이지만, 삼성 역시 개막전을 앞둔 원태인의 투구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고민이 생겼다.
그러나 원태인의 WBC 불발은 대표팀에게는 '초비상 상황'이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원태인을 대체할 투수로 LG 트윈스 불펜 요원 유영찬을 확정했다. WBC 대표팀은 30인 최종 엔트리를 확정하기 전, 내야수 김하성과 송성문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를 맞았다. 최종 엔트리 발표 직전 한화 이글스 문동주가 소속팀 캠프에서 피칭을 하던 도중 어깨에 불편함을 느껴 빠졌고, 한화 포수 최재훈은 손가락 골절상을 당했다. 애리조나에서 캠프를 치르고 있던 NC 다이노스 김형준이 부랴부랴 대표팀 합류에 나섰다. 이어 원태인까지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20일 오후 야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인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인터뷰 하고 있는 문동주. 인천공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1.20/
메이저리거인 김하성과 송성문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도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나 이번 WBC의 '기둥 투수'로 꼽힌 원태인과 문동주가 전부 다 부상으로 빠진 것은 대표팀이 상상하지도 않았던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번 WBC 선수 구성에서 공격력은 해볼만 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하성과 송성문까지 합류했다면 금상첨화였겠으나, 이들이 없더라도 내외야 인원을 추리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한국계 빅리거인 저마이 존스와 셰이 위트컴이 합류한 것도, 이들이 어느 정도의 기여를 해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뎁스를 탄탄하게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투수쪽은 이야기가 다르다. 엔트리를 추려나갈 때부터 가장 고민이 많았던 파트가 바로 투수. 그 중에서도 선발이다. 이게 KBO리그의 현실이기도 하다. 현재 리그 전체를 봐도, 전성기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정도의 성적을 내주는 20대 젊은 선발 투수들의 씨가 말랐다. 어쩔 수 없는 팩트다. 아시아쿼터 도입 첫 해에 대부분의 팀들이 선발 활용이 가능한 투수를 영입하면서, 실질적으로 3명의 외국인 투수를 가동하는 것 역시 국내 선발 투수들의 성장이 더디거나 꾸준함을 유지해주는 투수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대표팀의 고민으로 이어져왔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야구대표팀이 6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WBC 최종명단을 발표했다. 류지현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2.06/
그래서 원태인과 문동주의 역할이 중요했다. 류지현 감독은 이번 WBC에서 현재 투수들의 스타일을 봤을 때, 15인의 투수 엔트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선발 한명에게 한 경기 전부를 맡기기보다는, 짧게 끊어가더라도 가장 컨디션이 좋은 투수들이 줄이어 나가는 전략이다. 류지현 감독은 "한 경기에 선발 투수가 2명에서 3명까지도 들어갈 수 있다. 투수가 1회에 안좋으면 그때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온다. (타이밍을 놓치면)5회 전에 경기가 끝날 수도 있으니 그런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상대팀별로 어떤 투수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투수 15명의 컨디션이 전부 다 좋아야 계획대로 4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1라운드 대비 계획을 밝혔다.
20일 오후 야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인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입국장을 나서고 있는 문현빈, 문동주, 류현진. 인천공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1.20/
현실적으로 지금 한국 대표팀에는 '슈퍼 에이스'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경험이 풍부한 메이저리거 출신 베테랑 류현진이 있지만, 류현진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것도 쉽지 않다. 또 원태인, 문동주의 이탈로 자연스럽게 곽빈으로 쏠리는 무게 역시 무조건 좋은 결과만 장담할 수는 없다. 원태인이 빠지면서 선발이 아닌 불펜 요원 유영찬을 선택한 것 역시, 결국 매 경기 불펜 총동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단기전이라고 하더라도, 1순위는 무조건 좋은 선발 자원들을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것인데 이들의 부상 이탈은 엄청난 치명상이다. 계획 전체가 틀어지고 말았다. WBC를 앞두고 의욕적으로 준비해온 선수들도 낙담했고, 대표팀은 8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이 더욱 험난해졌다. 여러모로 불운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