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대만의 경기, 한국이 연장 접전 끝 5대4로 패했다.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8/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제 버거운 상대가 된 대만에 또 충격패...4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인가, 기사회생인가.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대만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제는 국제 무대에서 대만을 한 수 아래라고 하면 안 될 것 같다. 계속해서 중요한 고비마다 발목이 잡히고 있다.
한국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C조 조별리그 대만전에서 연장 승부치기 접전 끝에 4대5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체코전 승리 후 일본, 대만에 연달아 지며 1승2패로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몰렸다. 대만은 첫 경기 호주전에서 참패를 당한 후, 일본전 콜드게임 패로 전의를 상실한 듯 보였지만 체코를 잡은 후 한국까지 물리치며 기사회생했다.
아시아 야구는 오랜 기간 한국과 일본 양강 체제였다. 하지만 오타니, 야마모토(이상 LA 다저스) 등 많은 메이저리거 스타들을 배출하고 자국 리그도 경쟁력을 유지한 일본은 넘기 힘든 벽이 됐다.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대만의 경기, 한국이 연장 접전 끝 5대4로 패했다.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8/
한국 야구는 KBO리그 인기는 점점 높아졌지만, 선수들 기량은 정체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국제대회 '참사' 타이틀이 늘 따라다녔다. WBC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에,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노메달'도 최악의 대회로 기억되고 있다.
그 사이 대만이 야금야금 한국을 따라붙기 시작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대만에 야구를 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최근 전적은 오히려 대만이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고 인정해야 할 판이다. 대만은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을 일찍부터 미국 마이너리그, 일본프로야구에 보내 기량을 발전시켰다. 타자들은 장타력을 갖추고, 투수들은 쉽게 150km 이상을 뿌리는 거침 없는 '빅볼' 스타일의 야구가 한국을 위협했다.
대만에게 당한 WBC 본선 첫 패배다. 2006년, 2009년 1, 2회 대회에서 대만은 한국의 상대가 안됐다. 이어진 2013년, 2017년 역시 한국은 대만을 꺾었다. 하지만 점점 쉽지 않았다. 2013년은 0-2로 밀리다 8회 3-2로 역전해 힙겹게 이겼고, 2017년에는 연장 10회 접전을 벌이다 11대8로 간신히 승리했다.
이후 A대표팀이라고 할 수 있는 베스트팀이 대만을 압도한 기억이 없다.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에서 김광현(SSG)을 선발로 내고도 0대7로 완패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2022년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기는 했지만, 조별리그는 0대4로 졌었다. 최근 가장 상징적이었던 경기는 2024년 프리미어12. 한국은 천천웨이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한국은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고, 대만이 메이저 국제대회 첫 우승을 차지하는 걸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대만의 경기, 한국이 연장 접전 끝 5대4로 패했다. 김도영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당하며 아쉬움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8/
한국은 이번 대회 4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은 무조건 막겠다는 각오로 필사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미국 마이매이로 가는 길, 가장 중요한 경기를 대만전으로 지목하고 이날 가장 강력한 투수 류현진(한화), 곽빈(두산), 더닝(시애틀) 등을 모두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상대에 결정적 홈런 3개를 얻어맞으며 무너지고 말았다. 역전 홈런과 동점타를 친 김도영(KIA)의 원맨쇼가 아니었다면, 굴욕적 패배를 당할 뻔 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류현진도, 대표팀 에이스라는 곽빈도, 미국 경험이 풍부하다는 더닝도 모두 홈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제 지나간 건 잊어야 한다. 호주전이 남아있다. 호주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면 본선 라운드 진출 가능성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한국이 호주를 이기면 한국, 호주, 대만이 모두 2승2패가 된다. 대회 규정상 승자승 우선인데, 세 팀이 물리면 승자승은 의미가 없다. 그 다음 기준은 최소 실점률이다. 경쟁팀간 경기 총 실점을 총 아웃 카운트 수로 나눠 나온 결과가 낮은 팀이 앞서는 방식이다.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대만의 경기, 한국이 연장 접전 끝 5대4로 패했다.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8/
일단 실점이 적은 팀이 유리하다. 호주는 대만전 3대0 승리로 실점이 없었다. 대만은 호주전 3실점, 한국전 4실점으로 마쳤다. 한국은 대만전에서 가장 많은 5실점을 기록했다. 쉽게 설명하면 한국이 미국행 전세기에 탑승하려면 호주전에서 실점은 최소화하고 큰 점수 차이로 이겨야 한다. 현 상황대로라면 한국은 2실점 이상을 절대 하면 안된다. 3점을 주면 무조건 탈락이다. 3점 이상 실점하면 최소 실점률에서 대만을 이길 수 없다. 한국이 호주전 5득점을 한다고 하면 무실점으로 이겨야 한다. 6득점이면 무조건 1실점까지 허용된다. 7득점의 경우 2실점까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