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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안맞네!" 인류의 달 착륙보다 구경하기 힘들다는 오타니의 프리배팅[스조산책 MLB]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2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을 앞두고 배팅케이지에서 이례적으로 타격훈련을 실시했다. AP연합뉴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2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을 앞두고 배팅케이지에서 이례적으로 타격훈련을 실시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2000년대 초 이승엽, 타이론 우즈, 심정수 등 거포들의 프리배팅을 구경하는 건 꽤 재밌는 일이었다.

힘을 들이지 않고 치는 것 같은데 10개 중 7~8개는 담장을 훌쩍훌쩍 넘어갔다. 배팅케이지 취재가 가능했던 시절 이승엽과 삼성 라이온즈 타격코치 주변에는 늘 기자들이 몰렸다. "최근 밸런스가 불안했는데, 이를 염두에 두고 스윙을 했다", "내딛는 오른쪽 발의 높이를 낮췄다"와 같은 본인과 타격코치의 설명에 귀기울이던 기억이 난다.

배팅케이지 안에 들어가서 친다는 게 겉으로는 단순해 보여도 타자들과 코치는 온 신경을 집중하는 시간이다. 곧 열리는 본경기에서 상대 투수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를 놓고 작전을 짜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실 취재진과 일찌감치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이들의 프리배팅은 구경거리였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2월 27일(한국시각) 나고야 반테린돔에서 가진 WBC 일본 대표팀 훈련서 연습배팅에 들어가 홈런포를 날린 뒤 타구를 쳐다보고 있다. 사진=MLB.com 캡처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2월 27일(한국시각) 나고야 반테린돔에서 가진 WBC 일본 대표팀 훈련서 연습배팅에 들어가 홈런포를 날린 뒤 타구를 쳐다보고 있다. 사진=MLB.com 캡처

지난 2월 27일(이하 한국시각)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을 앞두고 일본 나고야 반테린돔에서 열린 일본 대표팀과 주니치 드래곤즈의 평가전이 열렸다.

오타니 쇼헤이가 경기 전 베팅케이지로 들어가 타격을 하자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물론 주니치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몰려나와 구경에 나섰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3만6천여 팬들도 평생 한 번 볼까말까한 일이 벌어졌는지 그가 배트를 휘두를 때마다 휴대폰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오타니의 프리배팅이 일본이나 미국에서 화제가 되는 건 그가 평소에 경기 전 타격 훈련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게 오타니의 오랜 루틴이다.

오타니가 최근 이 희귀한 장면을 다시 연출해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홈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서다. 메이저리그도 3연전 마지막 날에는 거의 모든 타자들이 경기 전 배팅훈련을 생략한다. 체력 안배 차원이다.

그런데 이날은 오타니 혼자 다저스타디움 홈에 설치된 배팅케이지로 들어선 것이다.

현지 매체 디 애슬레틱은 '다저스 타격코치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오타니가 루틴을 바꾼다고 알렸다. 오타니는 필드에서 타격 훈련을 거의 하지 않는데 오늘은 손에 배트가 쥐어져 있었다. 다른 선수들은 배팅 훈련을 취소한데 반해 오타니는 쳤다'고 전했다.

지난 2일(한국시각) 클리블랜드전을 앞두고 배팅케이지에서 프리배팅을 하고 있는 오타니. Imagn Images연합뉴스
지난 2일(한국시각) 클리블랜드전을 앞두고 배팅케이지에서 프리배팅을 하고 있는 오타니. Imagn Images연합뉴스

시즌 초 타격 부진이 이어지자 뭔가 해법과 감각을 찾고자 올시즌 처음으로 루틴을 깬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주 유력 매체 오렌티카운티레지스터(OCR)는 오타니의 이날 프리배팅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사(NASA)가 2일 달 주변 탐사를 위해 로켓을 발사하기 몇 분 전 오타니 쇼헤이가 런칭 패드를 설치하고 놀라움을 불러일으키는 쇼를 펼쳤다. 오타니는 텅빈 우측 외야석 꼭대기로 강력한 타구를 발사하기 시작했으며 상대 가디언스 선수들이 1루 더그아웃으로 몰려나와 그의 스윙 하나하나에 분주하게 반응했다. 지난 3시즌 동안 오타니가 배팅케이지에서 프리배팅을 한 회수보다 달 표면에 발을 내디딘 사람수가 더 많았다.'

미국의 아폴로 프로그램에 따라 1969년부터 1972년까지 달에 착륙한 인류는 12명이었다. 즉 오타니가 지난 3년간 프리배팅을 한 회수가 그보다는 적다는 얘기다.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다저스타디움에 도착하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오타니의 프리배팅을 목격했으니 운수 좋은 날이었을 터.

오타니 쇼헤이가 시즌 첫 6경기에서 홈런과 타점을 올리지 못한 건 2022년에 이어 커리어 두 번째다. AFP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가 시즌 첫 6경기에서 홈런과 타점을 올리지 못한 건 2022년에 이어 커리어 두 번째다. AFP연합뉴스

오타니는 시즌 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6경기에서 타율 0.167(18타수 3안타)에 그쳤다. 홈런과 타점은 한 개도 없다. 이같은 개막 직후 부진은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타니는 이날 OCR 등 현지 언론에 "그동안 출루는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정확하게 맞힐 수 있는 공에 대해 원하는 만큼의 임팩트는 가하지 못했다. 매우 불만족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을 정확히 맞히는 연습을 했다고 보면 된다.

오타니는 지난해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NLCS 3차전을 앞두고 다저스타디움에서 프리배팅을 했다. 앞서 6경기에서 25타수 2안타로 부진했기 때문에 타격감을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자 오타니는 3차전서 4타수 1안타를 쳤고, 4차전서는 투수로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타석에서는 3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다저스는 4일부터 워싱턴 내셔널스와 원정 3연전을 치른다. 오타니가 시즌 첫 원정서 기다리던 팬들에게 첫 홈런포를 선사할 수 있을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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