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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내보냈던 실패, 다신 하고 싶지 않아"…LG땐 좌절→넥센서 부활 "난 이걸 본적이 있어!" 이재원 파워히터 육성 '특명'

3일 고척돔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 LG의 경기. 8회초 2사 1, 2루. 타격하는 LG 이재원.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3일 고척돔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 LG의 경기. 8회초 2사 1, 2루. 타격하는 LG 이재원.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LG 트윈스 팬들에게는 아직도 아픈 손가락, 이재원 이야기다.

경기에 이재원이 대타라도 등장하면 LG팬들의 함성 소리는 더 커진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목이 터져라 응원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도 그랬다. 8회초 2사 만루, 캡틴 오지환 타석에서 대타로 이재원이 등장했다. 염 감독은 5일 경기에 앞서 이날 상황에 대해 "이재원을 대타로 내놓을 때 엄청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대타로 나가면 상대 투수는 스트레스를 더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재원이 나오면 팬들이 환호를 크게 한다. 어떤 슈퍼스타가 나온 것보다 환호한다. 우리 팬들이 그렇다"며 "그리고 이재원에게는 홈런이 있다"고 작전 상황을 설명했다.

고척을 가득 메운 LG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 열기가 2년 차 신인 투수였던 키움 박윤성을 압박할 것이라는 계산까지 적중했다. 염 감독은 "이 스트레스를 투수가 받으면 볼넷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고 작전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이재원이 타석에 들어서자 박윤성의 제구는 눈에 띄게 흔들렸다. 그리고 이재원은 볼넷을 얻어 밀어내기 1점을 추가하며 2-4로 만들었다. 염 감독은 "팬들과 함께 만들어낸 볼넷이다"라고 공을 팬들에게 돌렸다.

그리곤 본격적으로 '아픈 손가락' 이재원 이야기를 시작했다. 염 감독은 "야구를 35년 해보니까 파워피처를 키우는 것보다 파워히터를 키우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이라고 단언했다.

LG팬들 사이에서는 "왜 이재원을 안 내보내냐"고 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염 감독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의 시선은 당장의 한 타석이 아닌, '성공 확률 0.3%'의 바늘구멍을 통과할 완벽한 파워히터의 완성에 맞춰져 있다.

염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수없이 많은 '빅보이'들을 봤지만, 거기서 '파워히터'로 성공한 사람은 7년 만에 터진 박병호 단 한 명뿐이었다"고 회상했다. 비거리로만 따지면 멀리 치는 타자들을 무수히 봤지만, 그 잠재력이 온전히 1군 무대의 경쟁력으로 만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는 것이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이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0호 홈런을 때린 박병호를 축하해주고 있다. 스포츠조선DB
2014년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이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0호 홈런을 때린 박병호를 축하해주고 있다. 스포츠조선DB
넥센 히어로즈 시절 박병호(왼쪽)와 LG 트윈스 시절 박병호. 스포츠조선DB
넥센 히어로즈 시절 박병호(왼쪽)와 LG 트윈스 시절 박병호. 스포츠조선DB

특히 염 감독은 2011년 LG 수비코치 시절 박병호가 초창기에 겪었던 뼈저린 좌절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염 감독은 "박병호 역시 처음엔 능력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4번 타자로 나가 계속 힘들어했고, 결국 2011년에 트레이드되는 과정을 거쳤다"며 "실패의 과정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이재원에게만큼은 과거의 실패 방식을 똑같이 답습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무방비 상태로 1군 투수들의 제구력에 노출돼 삼진을 당하고 자신감을 잃는 모습을 경계하는 것이다.

염 감독은 이를 '부모의 마음'에 비유했다. "내 자식을 싸움터에 내보내는데, 계속 터질 자리에 내보내는 것은 부모로서 해선 안 되는 행동"이라며 "어떤 부모가 뻔히 터질 줄 아는데 자식을 내보내고 싶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염 감독은 이재원이 좀 더 자신 있게 공격할 수 있는 투수, 즉 상성이 맞는 투수가 나올 때 철저히 계산된 기용을 하고 있다. 대타든 선발이든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게 만드는 것이 전반기의 목표다.

그동안 힘으로 야구를 했던 이재원이다. "힘으로만 야구했던 8년은 실패라는 것을 이제 본인도 알게 됐다. 힘으로 될 것이었으면 진작 8년 안에 됐을 것이다."

3일 고척돔에서 열리는 KBO리그 키움과 LG의 경기. 훈련을 준비하고 있는 LG 이재원.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3일 고척돔에서 열리는 KBO리그 키움과 LG의 경기. 훈련을 준비하고 있는 LG 이재원.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염 감독은 뼈있는 직언도 서슴지 않았다. 타고난 파워를 1군 투수들의 정교함과 맞바꾸기 위해서는 '작은 디테일'을 채우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염 감독은 "미국이나 도미니카 선수들은 거구이면서도 유연한 운동 능력을 타고나는 경우가 많지만, 동양권의 '빅보이'들은 상대적으로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훈련의 방법이 훨씬 예민하고 다양하며 디테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강속구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150㎞를 던지는 파워 피처 유망주는 매년 8~10명씩 쏟아져 나오지만, 결국 제구의 벽을 넘지 못해 타자로 전향하거나 사라진다. 염 감독은 "선발로 살아남는 선수는 안우진, 문동주 등 극소수지 않나"라며 "더 어려운 파워히터는 철저한 '1대1 맞춤육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이재원은 경기에 출장하지 않는 날에도 타격 코치와 끊임없이 훈련하며 부족한 디테일을 채워가고 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나와 배트를 돌리고, 경기가 끝난 후에도 나머지 훈련을 소화한다. 염 감독은 "이재원은 지금 정규시즌을 치르면서 동시에 혼자만의 스프링캠프를 계속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조급함을 버린 염경엽 감독의 '거포 육성 특명'. 뻔한 실패의 공식을 깨고 새로운 디테일을 주입받고 있는 이재원이 사령탑의 뚝심 속에서 '제2의 박병호'로 비상할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3일 고척돔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 LG의 경기. 8회초 2사 1, 2루. 삼진을 당하고 있는 LG 이재원.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3일 고척돔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 LG의 경기. 8회초 2사 1, 2루. 삼진을 당하고 있는 LG 이재원.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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