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감독이 고맙고 미안한 선수다."
지난해 시즌 중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이도윤(30) 이야기가 나오자 편치 않은 마음을 전했다.
2025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FA로 심우준을 영입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거액을 들여 영입한 선수를 우선적으로 기용할 수밖에 없다. 2024년 주전 유격수로 뛰고 있던 이도윤은 심우준 영입 직격탄을 맞은 선수가 됐다.
3루 자리에는 노시환이 있었고, 2루수 자리에는 하주석이 유격수에서 2루수로 전향해 자리를 잡았다. 견실한 주전 유격수였던 이도윤은 백업으로 밀려나게 됐다.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다가 FA 영입으로 '백업'으로 밀리는 게 달갑지는 않을 상황. 동기 부여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곤 한다. 그러나 이도윤은 경기 중은 물론 캠프에서도 가장 먼저 파이팅을 내면서 선수를 이끌며 1군에서 또 다른 존재감을 보여주곤 했다. 결국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전략에 따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확실한 주전 자리를 약속할 수는 없지만, 장기 레이스인 한 시즌을 치르는 데 있어 이런 헌신적인 선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렸던 이도윤은 스프링캠프에서도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연습경기 9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6리 1홈런 OPS(장타율+출루율) 0.907의 성적을 기록했다.
심우준-하주석 키스톤 콤비가 비교적 건재하게 있어서 확실하게 한 자리를 잡기 쉽지는 않지만, 모처럼 받은 기회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타선의 침묵 속에 0대8로 완패했다. 팀 타선 전체가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던 경기. 내전근이 불편한 심우준을 대신해 9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도윤은 홀로 빛났다.
첫 타석부터 방망이가 매섭게 돌았다. 3회초 1사 상황에서 두산 선발 투수 잭로그를 공략해 2루타를 뽑아내며 포문을 열었다. 5회초에는 무사 1루의 기회에서 침착하게 안타를 쳐내 상위 타선으로 찬스를 연결했다. 7회초 1사 1루에서도 안타를 추가하면서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언제든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무력 시위이기도 했다.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서 '강팀'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크지 않아야 한다. 이도윤의 활약은 '강한 한화'를 만들어가는 김 감독의 그림을 더욱 선명하게 해주고 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