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한화이글스도 노시환도 원치 않았던 결말이다. KBO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초대형 계약에 성공한 노시환이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한화는 13일 1군 엔트리에서 노시환을 말소했다. 사실 조금 더 일찍 2군에 내려갔어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이었다. 13경기에서 타율 1할4푼5리(55타수 8안타), 3타점, OPS 0.394에 그쳤다. 김경문 감독은 그럼에도 팀의 4번타자 노시환을 믿고 인내하며 기다렸지만, 결국 칼을 빼 들었다.
노시환은 2023년 31홈런-101타점을 기록, 홈런왕과 타점왕을 동시에 석권했다. 세대교체를 단행한 국가대표팀의 4번타자까지 맡으면서 승승장구했다. 최근 KBO리그에 우타자 기근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노시환이라는 신흥 거포의 탄생은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노시환은 2024년 24홈런-89타점, 지난해 32홈런-101타점을 기록하며 한화의 간판타자로 자리를 잡았다.
한화는 올해 예비 FA가 되는 노시환을 어떻게든 일찍 단속하고 싶어 했다. 노시환 정도의 선수를 비FA 다년계약으로 묶으려면 구단이 무리를 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올해 연봉 10억원 계약에 합의하고, 다년 계약 협상을 계속 이어 갔다.
한화는 화끈하게 KBO 역대 최장기 최고액 계약을 안겼다. 2027년 시즌부터 2037년 시즌까지 11년 총액 307억원. 2026년 시즌 뒤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조항까지 추가했다. 노시환으로선 도장을 안 찍을 이유가 없는 계약서였다.
역대 최고액 계약의 부담감과 무게감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지켜보는 눈도 이전보다 훨씬 많아진다. 보통 멘탈로는 이런 중압감을 견디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사실 노시환은 지난 2월 2026년 WBC 대표팀에 소집됐을 때부터 타격 컨디션이 정상은 아니었다. 류지현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은 노시환의 타격이 좋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자 셰이 위트컴(휴스턴 애스트로스)을 주전으로 기용했다. 문보경(LG 트윈스)과 김도영(KIA 타이거즈)까지 있으니 노시환이 들어갈 틈은 더더욱 없었다.
노시환은 안그래도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WBC 대회 기간인 3월 초까지 거의 벤치만 지키다 돌아왔다. 시즌 준비를 위해 실전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할 시기에 노시환 개인적으로는 큰 손해를 봤다. 평소처럼 소속팀에서 시즌을 준비했다면, 타격감과 상관없이 꾸준히 실전 기회를 보장받았을 것이다.
여러모로 루틴이 꼬인 노시환은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졌다. 타석에서 아예 타이밍이 맞지 않는 모습. 최근에는 타격 부진 여파인지 견고했던 수비까지 흔들려 더 뭇매를 맞았다. 김 감독은 고심 끝에 더는 1군에 두는 게 무리라고 판단, 2군에서 머리를 식힐 시간을 줬다.
노시환도 노시환이지만, 307억원 대형 계약을 안긴 한화도 지금 상황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례 없는 큰 규모의 계약 직후 선수도 구단도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