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그야말로 악몽 같은 1회였다. 지난 시즌 KBO리그 마운드를 호령했던 '폰와 원투펀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총액 90만 달러(약 13억 2300만원)를 투자해 데려온 1선발이 아웃카운트 단 1개만 잡고 무너졌다.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윌켈 에르난데스가 최악의 피칭으로 팀을 5연패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15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서 5대13으로 대패했다. 14일 투수진이 18사사구를 남발하며 KBO리그 역대 최다 사사구 허용이라는 불명예 신기록과 함께 5대6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던 한화는, 이날 1선발 에르난데스마저 조기 강판당하며 마운드가 철저히 붕괴됐다.
에르난데스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1회초 선두타자 박승규를 삼진으로 솎아내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는 듯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김지찬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최형우에게 1타점 적시 2루타를 맞으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르윈 디아즈의 볼넷과 류지혁의 안타로 만들어진 1사 만루 위기. 여기서 강민호와 전병우에게 연속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와르르 무너졌다. 최고 시속 151㎞의 빠른 공을 뿌렸지만, 삼성 타선은 거침없이 에르난데스의 공을 공략했다.
이재현과 홍현빈, 심지어 선두타자였던 박승규에게 1회에만 두 번째 타석을 허용하며 다시 안타를 헌납한 에르난데스는 결국 마운드를 황준서에게 넘기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삼성 타선은 1회에만 선발 타자 9명이 전원 출루하는 진기록을 썼다. 이는 2016년 6월 마산 넥센(현 키움)-NC전 이후 10년 만에 나온 대기록으로, 에르난데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이 됐다. 승계 주자까지 홈을 밟으며 에르난데스의 최종 성적은 ⅓이닝 7안타 1탈삼진 7실점에 4사구 2개, 투구 수는 고작 35개였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무려 9.98로 치솟았다.
에르난데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가 야심 차게 영입한 우완 투수다. 지난해 최고 활약을 펼친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계약금 10만 달러(약 1억 4700만원), 연봉 65만 달러(약 7억3500만원), 옵션 15만 달러(약 2억2000만원) 등 90만 달러를 안겼다. 트리플A에서 꾸준히 선발로 활약하며 싱커성 무브먼트의 패스트볼이 위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KBO리그 무대에서는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개막전 4⅔이닝 4실점, 첫 승을 거둔 3일 두산전에서도 5⅓이닝 3실점으로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특히 10일 KIA전에서 5이닝 4실점하며 87구를 던진 뒤 나흘 휴식 후 등판한 이날 경기에서 완전히 난타당하며 코칭스태프의 시름을 깊게 했다.
에르난데스의 1회 강판은 단순한 1패 이상의 타격을 한화에 안겼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서 황준서가 1회 1사 1, 2루부터 구원 등판해 3이닝을 소화해야 했고, 이상규와 강건우까지 줄줄이 투입되며 불펜 소모가 극심해졌다.
현재 한화 마운드는 그야말로 비상사태다. 오웬 화이트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김서현은 지독한 제구 난조에 빠지며 화이트의 대체 외인 잭 쿠싱이 갑작스레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하는 고육지책까지 꺼내 든 상황이다. 김경문 감독조차 전날 사사구 4개의 경기를 두고 "야구하면서 처음 보는 장면"이라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어느덧 5연패의 늪에 빠지며 공동 7위까지 추락한 한화 이글스. 무너진 마운드를 재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1선발 에르난데스의 반등이 절실하지만, 그가 남긴 ⅓이닝 7실점의 충격파는 당분간 독수리 군단의 마운드를 무겁게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