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아픈 손가락'들이 마침내 거인 군단의 '보배'로 거듭났다. 2021년 입단 동기인 투수 김진욱과 포수 손성빈이 다시 한번 환상적인 호흡을 과시하며 팀을 연패의 늪에서 건져 올렸다.
롯데는 1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2대0으로 승리, 2연패를 끊어냈다.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은 단연 선발 김진욱과 안방마님 손성빈 배터리였다. 김진욱은 6⅔이닝 무실점 역투로 시즌 2승째를 따냈고, 손성빈은 결승 솔로 홈런을 포함해 완벽한 리드로 에이스를 보좌했다.
김진욱(2차 1라운드 1순위)과 손성빈(1차 지명)은 2021년 입단 당시부터 롯데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알을 깨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김진욱은 제구 난조에 시달렸고, 손성빈은 백업 포수 자리에 머물렀다.
먼 길을 돌아온 두 친구는 202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빛을 보고 있다. 지난 8일 KT전에서 김진욱의 8이닝 1실점 '인생투'를 합작하며 팀의 7연패를 끊어내더니, 이번엔 LG의 9연승을 저지하는 '연패 스토퍼' 역할을 또 해냈다. 이제 팬들은 메이저리그 최강 좌완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에 빗대 김진욱을 '사직 스쿠발', 리그 최고 포수 칼 랄리(시애틀)에 빗대 손성빈을 '사직 랄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날 경기의 최대 관건은 김진욱의 '좌타자 징크스' 극복이었다. 김진욱은 올해 좌타자 피안타율이 3할 7푼 5리에 달할 정도로 유독 왼손 타자에게 약했다. 하지만 LG는 홍창기, 문보경, 오지환 등 까다로운 좌타자가 즐비한 팀. 비결은 '몸쪽 승부'였다. 손성빈은 "진욱이가 패스트볼이 좋은데 좌타자 바깥쪽 패턴이 너무 많았다. 몸쪽을 살렸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진욱은 5회말 신민재, 6회말 보경과의 승부에서 바깥쪽 낮은 코스에 147㎞ 패스트볼을 꽂아 넣으며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김진욱은 "커브를 던지고 싶었지만 성빈이가 '나 믿고 패스트볼 가자'고 사인을 냈다. 친구를 믿고 던졌다"며 공을 돌렸다. 김태형 감독 역시 "포수 손성빈의 리드와 두 선수의 호흡을 칭찬하고 싶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장 밖에서도 두 사람의 우정도 훈훈했다. 김진욱은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으며 어지럽게 널브러진 전력 분석 자료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손)성빈이가 혹시 볼 수도 있어서"였다. 김진욱은 "성빈이에 대한 좋은 기사가 나오면 항상 보내준다. 성빈이는 잘 안 보내주지만(웃음), 아까 교체될 때도 내게 '잘한 거 아니니까 끝까지 집중하라'고 따끔하게 말해주더라"며 웃어 보였다.
비시즌 동안 자비를 들여 일본 훈련까지 다녀오며 메카닉을 수정한 김진욱, 그리고 군 복무 후 한층 성숙해진 리드와 장타력을 뽐내는 손성빈. 김진욱은 "올해는 다르다는 말은 시즌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며 신중함을 보였다.
'사직 스쿠발'과 '사직 랄리'의 호흡이 2026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대반격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 되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