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매뉴얼이 있어요."
라클란 웰스(LG 트윈스)는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1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8이닝까지 던진 공은 84개. 완봉승을 노릴 수 있었다. 점수도 3-0으로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페이스가 좋았다. 이날 웰스는 최고 148km 직구와 더불어 체인지업(23개) 커브(14개) 슬라이더(6개)를 섞어 한화 타자를 침묵시켰다. 마지막 이닝이었던 8회에는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9회 올라온 투수는 웰스가 아닌 마무리투수 유영찬. 유영찬은 세 타자를 빠르게 아웃시키며 세이브를 올렸다.
다소 냉정할 수 있던 결정. 웰스도 "9회에 정말 나가고 싶었다. 아직 완봉승을 해본 적이 없다"며 간절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후 "본인은 던지고 싶어했으나 무리시키지 않기 위해서 교체했다. 80개 이상의 투구수면 100개 이상과 거의 같은 대미지를 받는것이고 100개 이상의 스테미너를 썼다고 본다. 완봉 기록보다는 아직 시즌은 길고 많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23일 경기를 앞두고 더 자세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염 감독은 "나는 항상 기준이 있다. 감독과 단장을 10여 년 동안 하면서 매뉴얼을 안 지키면 어려운 시즌을 했다. 2023년부터는 매뉴얼의 80% 정도는 지켜야한다는 걸 내 머리에 두고, 다 기억할 수 없으니 매주 월요일에 많은 양을 읽는다. 투수 파트, 야수 파트 따로 있는데 잊지 않기 위해 월요일에 복습을 2023년부터 해왔다"고 운을 뗐다.
염 감독은 구체적으로 매뉴얼을 공개했다. 염 감독은 "첫 번째가 개막을 해서 다섯 차례 정도는 빌드업이라고 생각하고 무리 시키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웰스가 다음주 주 2회 등판을 하니 더 무리시켜서는 안 된다는 거다. 또 전력 분석팀과 스카우트팀에 들은 건 80구 이후 실점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웰스와 (박)동원이에게 이야기한 것이 80구 이후에 우리가 볼배합을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이어 "웰스가 나가도 흐름상 80%는 막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런데 (유)영찬이가 나가면 95% 이상이라고 봤다. 감독은 항상 최악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한 경기로 인해서 한 시즌을 망치는 게 내 매뉴얼에 써 있다. 한 경기 실수로 시즌을 마치는 경우도 봤고, 내가 코치로 있을 때 경험한 것도 있다"고 강조했다.
선택과 책임 모두 감독의 몫이라는 뜻. 염 감독은 "나는 그 선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못됐을 때 대미지가 얼마나 큰 지 분명히 감독이라는 자리는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봉승은 놓쳤지만, 웰스는 선발투수로서 가치를 증명했다. 올해 아시아쿼터로 온 웰스는 시즌 전 구상만해도 구원투수였다. 그러나 손주영의 부상 등에 맞물려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기 시작했고, 4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1.44로 호투를 펼치고 있다. 웰스는 "선발 로테이션에 남고 싶은 욕심은 있다. 그래도 불펜으로 들어간다면 내가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지금처럼 잘 던지면 당연히 선발이다. 좋은 페이스로 가고 있다"라며 기대를 보였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