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148km 직구가 보호대를 강타한 순간 잠실구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몸에 맞는 볼 직후 타석에 주저앉았던 송찬의가 1루로 걸어 나갈 때까지 정우주는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했다. 1루 베이스에 도착한 송찬의가 괜찮다는 제스처를 마운드를 향해 취한 뒤에야 정우주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가 6-2로 앞선 6회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멀티 이닝 소화를 위해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정우주는 선두 타자 박동원에게 150km 직구를 던졌지만 한복판으로 몰리며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문제는 다음 타석이었다.
무사 1루 송찬의와 승부에서 정우주의 손을 떠난 초구 148km 직구가 몸쪽 깊숙이 파고들었다. 피할 틈이 없었다. 공은 그대로 송찬의의 팔꿈치 보호대를 강타했다.
충격은 컸다.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송찬의는 그대로 타석에 주저앉았다. 더그아웃에 있던 트레이너가 급히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초구 직구가 너무 깊게 들어가며 타자 보호대를 강타하자 깜짝 놀란 정우주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정우주는 투구 직후 마운드에서 내려와 모자를 벗었다.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었다. 미안함이 그대로 드러난 행동이었다. 고의성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송찬의 상태를 진심으로 걱정한 정우주의 시선은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
통증이 남아 있었지만 송찬의는 스스로 일어났다. 얼굴은 일그러졌지만 교체 없이 경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팔꿈치를 감싸며 1루를 향해 걸어 나갔다.
그때까지도 정우주는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1루 베이스에 도착한 순간 두 선수의 눈이 마주쳤다. 정우주는 곧바로 90도로 고개를 숙여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자 송찬의가 먼저 손을 들어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그 한 동작에 긴장이 풀렸다. 정우주 진심을 느낀 송찬의는 후배의 마음을 헤아리듯 담담하게 반응했다. 타자가 투수의 마음까지 감싼 훈훈한 장면이었다.
아찔했던 순간은 다행히 부상 없이 지나갔다.
이후 정우주는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한 채 책임 주자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순간에도 1루에 있는 송찬의를 한 번 더 바라봤다.
통증 속에서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 타자 송찬의, 진심으로 걱정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미안한 마음을 전한 투수 정우주. 서로를 향한 짧은 제스처가 현장의 긴장을 풀고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