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실수도 경험이다.
뼈 아픈 미스플레이 속에서도 집중력과 강한 회복탄련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삼성 라이온즈의 육성선수 출신 내야수 김상준(24)이 선발 출전 기회에서 두 번의 눈부신 호수비와 두 번의 뼈아픈 미스 플레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실전 경험 부족으로 실수가 있었지만, 악착같은 호수비로 6월 첫 위닝시리즈에 힘을 보탰다.
김상준은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고질인 허리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주전 유격수 이재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벤치의 선택.
김상준은 타석에서 4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고, 수비와 주루에서는 극과극을 경험했다.
시작은 화려했다. 0-1로 뒤진 1회초 계속된 2사 2루 위기 상황,
SSG 5번 에레디아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좌전 적시타가 될 수 있었던 빠른 땅볼 타구. 김상준이 재빠른 움직임으로 공을 정면에서 포구한 뒤 강한 어깨로 송구, 간발의 차이로 에레디아를 잡아냈다. 타점을 빼앗긴 에레디아가 양손으로 헬멧을 움켜쥐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던 순간.
그러나 천당 뒤에는 곧바로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0-2로 뒤진 4회초 1사 1루. 선발 양창섭이 SSG 조형우에게 유격수 정면 땅볼 타구를 유도했다. 발이 느린 포수 조형우였기에 완벽한 병살타 코스.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김상준은 서두르다 2루수에게 악송구를 범했다. 2루수가 무릎 아래로 가까스로 공을 잡아내며 2루에서 선행주자만 포스아웃을 잡아냈으나, 병살로 이닝을 끝낼 기회가 무산됐다. 이후 최윤석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가 이어졌지만 양창섭이 정준재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해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양창섭은 병살 무산으로 11개의 공을 더 던져야 했다.
실수는 주루에서도 나왔다.
5-7로 뒤진 6회초, 김상준은 김도환에 이어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김성윤의 볼넷까지 더해 삼성은 무사 만루의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후속 타자 구자욱이 좌중간 펜스 앞까지 가는 깊숙한 타구를 날렸다. 3루주자는 여유 있게 홈인.
하지만 이 상황에서 김상준의 경험 부족이 드러났다.
2루와 3루 사이에서 '하프웨이' 동작을 취하다가, 타구가 잡힌 뒤 급히 2루로 돌아가 리터치를 시도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종욱 3루 주루코치가 애타게 리터치를 외쳤고, 진루 실패 후 펄쩍펄쩍 뛰며 큰 아쉬움을 표출할 만큼 명백한 미스 플레이였다. 1점 차 승부에서 1사 1,3루와 1,2루는 하늘과 땅 차이. 다행히 후속 박승규의 볼넷에 이어 디아즈의 극적인 역전 만루 홈런이 터지면서 김상준의 주루 실수는 살짝 묻힐 수 있었다.
지옥을 맛본 김상준은 8회초 악착같은 근성으로 다시 한번 천당으로 날아올랐다.
팀이 10-7로 앞선 8회초, 선두타자 조형우의 좌전 안타성 강한 땅볼 타구. 김상준은 역모션으로 팔을 뻗어 크게 튀는 타구를 원바운드로 걷어 올렸다. 이어 무너진 밸런스 속에서도 몸을 일으켜 세워 특유의 강견으로 1루에 정확히 송구, 선두 타자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8회 막 등판한 투수 이재희가 입을 벌리며 "와우" 하고 감탄사를 터뜨릴 만큼 압도적인 수비였다.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다면 팀이 위태로워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스무살 나이에 야구를 그만두고 군입대 후 물금고 룸메이트 후배 김영웅의 활약을 보면서 다시 야구를 시작한 김상준. 동원과기대를 거쳐 육성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뒤 마침내 꿈의 1군 무대에서 기회를 잡았다.
아직은 관중이 가득 찬 1군 무대가 낯설다. 완벽하지 않다. 당황할 때도 있고, 어처구니 없는 실수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먼 훗날 위대함을 향한 축적의 과정일 뿐이다.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
중요한 것은 김상준이 흘린 땀방울과 꺾이지 않는 의지, 그리고 열정이다. 그 어떤 전설도 완벽한 출발은 없었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호수비로 자신감을 채워가는 회복탄력성. 이미 '육성선수 신화'는 무르익고 있는 지도 모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