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LG 트윈스 장현식이 이적 후 첫 선발등판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장현식은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주중시리즈 2차전에서 4⅔이닝 2실점으로 역투했다.
아웃카운트 14개를 잡는 동안 투구수는 61개.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인 숫자다. 안타 6개(홈런 1)에 볼넷 3개를 더해 9번의 출루를 허용했지만, 2실점으로 꽁꽁 틀어막았다. 그나마 1점은 나성범의 솔로포였다.
다만 5회를 채 마치지 않고 1-2로 뒤진 상황에서 교체된 만큼 패전투수 요건이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4.24로 조금 끌어내렸다. 최고 구속 149㎞의 직구(22개)보다 슬라이더(35개)를 더 많이 던졌다. 체인지업(3개)과 포크볼(1개)도 곁들였다.
장현식의 선발 등판은 KIA에서 뛰던 2020년 10월 27일 광주 KT 위즈전 이후 무려 2059일 만에 처음이다.
복잡한 고민 끝에 이뤄낸 카드다. 1년 넘게 필승조 위치에 적응하지 못했고, '차라리 체력이 좋고 구위가 있으니 선발투수로 바꿔보자'는 김광삼 투수코치의 제안을 받아들인 결과. 52억원이나 주고 영입한 FA 투수고, 부상도 없는데 놀릴 수는 없었다, 또 잠재력 자체는 충분하다는 확신도 있었다.
경기전 만난 염경엽 LG 감독은 "투구수는 오늘 60개, 내일 80개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지만, 피칭 디자인을 완전히 바꾼 덕분에 지금 긴 이닝을 잘 던질 수 있게 됐다. 안 맞으려고 도망가는 게 아니라, 훨씬 공격적으로, 맞아서 질지언정 도망가진 않는 투수로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가 지난 5일 NC 다이노스전 4이닝 무실점, 11일 SSG 랜더스전 4⅔이닝 무실점, 그리고 이날 마침내 선발 D-데이였던 것.
"어떻게든 살려내려고 많은 사람과 한편으론 싸우고 또 노력했다. 마지막까지 몰렸다. 투수코치가 '길게 한번 써보시죠'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어릴 때 선발 경험도 있고, 기본적인 지구력이 좋은 투수다. 40개 넘게 던져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는다."
염경엽 감독은 "4이닝 이상 막는다는 건 모든 타순을 상대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승리조로 돌아와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자신감도 커졌다"면서 "일단 기회를 주면 최소 2번, 잘하면 한달 기회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발투수는 던지는 메카닉만 좋으면 된다. 기본기가 부족한 투수는 선발을 시키면 부상을 당하기 쉽다. 장현식은 상하체에 힘이 잘 분배되는 투수라 괜찮다"고 덧붙였다.
이날 장현식은 수준급 피칭으로 5이닝을 책임지며 사령탑을 기쁘게 했다. 첫 타자 윤도현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다음타자 김호령을 병살타로 잡아내며 힘을 얻었다. 김도영마저 1루 땅볼로 처리했다. 1회 투구수는 단 4개였다.
2회가 최대 위기였다. 나성범을 초구에 중견수 뜬공, 3구만에 김선빈을 3루 땅볼처리할 때만 해도 좋았다. 아웃카운트 5개에 투구수 8개.
하지만 한준수의 2루타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 박재현의 안타, 박민의 볼넷이 이어지며 2사 만루. 여기서 김규성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선취점을 줬다.
그래도 윤도현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추가 실점 없이 2회를 끝냈다.
3회에는 2사 후 나성범의 솔로포가 터졌다. 그래도 장현식은 꿋꿋했다.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LG도 4회초 문보경의 추격 솔로포가 나왔다. 장현식은 4회말 한준수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박민 상대로 이날 2개째 병살타를 잡아냈다.
마지막 이닝이었던 5회, 2사 후 김호령의 안타, 김도영의 볼넷으로 2사 1,2루 위기가 왔다.
이미 장현식의 투구수는 61개. 아웃카운트 1개가 못내 아쉬웠지만, LG 벤치는 교체를 택했다. 바뀐 투수 김진수가 7구 승부 끝에 나성범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없이 5회를 마무리지었다.
LG는 향후 톨허스트-웰스-임찬규의 뒤를 잇는 4선발로 장현식을 활용할 예정이다. 먹튀라는 비판만 받던 FA 투수의 얼굴에 미소가 차올랐다.
광주=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