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가 짜릿한 4연승 질주를 이어갔다.
삼성은 17일 대구 키움전에서 0-0이던 9회말 터진 캡틴 구자욱의 극적인 끝내기 3루타로 승리를 완성했다.
벤치의 치열한 수싸움과 위기에서 종반 투입된 투수들의 2이닝 연속 '만루 불끄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승리였다.
이날 삼성 타선은 키움 루키 선발 박준현의 구위에 7이닝 4안타 무득점으로 꽁꽁 묶이며 8회까지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박준현의 프로 데뷔 8경기 만의 최다 이닝 소화이자,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3자책 이하) 피칭.
삼성 박석민 퓨처스리그 코치 아들로 11년 전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아빠를 앉혀놓고 시구까지 했던 '삼린이' 출신 박준현은 프로 데뷔전이었던 지난 4월26일 삼성전(5이닝 무실점) 데뷔 첫승에 이어 이날 호투까지 삼성전 12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새로운 '삼성 천적'으로 등극했다.
데뷔전 당시 박준현은 어릴 적 응원하던 삼성을 상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어릴 때 응원했던 옛날 일은 다 잊고, 이제 키움에 왔으니 키움 소속으로 자신감 있게 던졌다"고 씩씩하게 말한 바 있다.
타선이 침묵하는 사이, 승부의 분수령은 7회와 8회초 수비에서 찾아왔다.
0-0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7회초.
삼성 두번째 투수 미야지 유라가 급격히 흔들렸다. 선두 박찬혁 권혁빈을 연속 삼진 처리하고 산뜻하게 이닝을 마감하나 했더니 고질인 볼넷병이 도졌다. 최주환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서건창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아 2사 1, 3루.
삼성 벤치는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 폭투 위험이 있는 '야생마' 미야지를 내리고 믿고 쓰는 좌완 카드 이승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승민은 첫 타자 최주환에게 신중한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를 맞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투수코치 방문 후 장타력이 있는 후속 타자 히우라와 숨막히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과감한 143㎞ 바깥쪽 패스트볼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고 불을 컸다. 주자 3명이 모두 자동스타트 한 풀카운트라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뻔 했던 아찔했던 순간.
삼성 벤치는 큰 위기를 넘기느라 에너지를 소진한 이승민을 내리고 배찬승을 8회초에 올렸다.
하지만 또 한번 위기가 찾아왔다. 배찬승이 1사 후 어준서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대타 안치홍에게 몸에 맞는 볼, 박찬혁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풀카운트에서 박찬혁에게 던진 151㎞ 회심의 직구는 ABS가 아니었다면 루킹 삼진 콜이 나올 법한 공이었다. 삼진을 확신하고 벤치로 돌아가려던 배찬승이 ABS 콜을 받지 못하자 크게 좌절했던 순간.
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삼성 박진만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최일언 투수코치에게 냉철하게 교체를 지시했다.
배찬승이 아쉬움 속 만루 위기에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폭투를 던질 수도 있다는 판단. 퓨처스리그에서 투심 구위를 회복하고 20일 만인 이날 콜업된 베테랑 우완 김태훈을 투입했다.
1점만 내줘도 그대로 패할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순간, 김태훈은 권혁빈을 143㎞ 투심으로 3루 땅볼을 유도하며 만루 위기에서 벗어났다.
8,9회 연속 만루 위기를 벗어난 삼성은 9회초를 마무리 김재윤을 투입해 막아낸 뒤, 9회말 선두타자 김성윤의 안타에 이은 구자욱의 우중간 끝내기 3루타로 천신만고 끝 1대0 승리를 거뒀다.
박준현을 필두로 키움 투수진에 꽁꽁 묶이며 고전한 경기였지만, 위기 때마다 빛난 벤치의 신속한 투수 교체 성공이란 위기 관리 능력이 4연승의 발판이 된 경기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