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내가 감독이라도 예전의 나에겐 기회를 많이 안줬을 거다. 34살에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 같다."
말 그대로 고생 끝에 낙이 왔다. 때맞춰 운도 따랐다. 이제야 야구에 눈을 떴는데, 그게 마침 FA 시즌이다.
KIA 타이거즈 김호령 이야기다. 군산상고-동국대 출신 김호령은 2015년 2차 10라운드(전체 102번)에 KIA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12년차에 커리어하이를 맞이했다. 아직 시즌 반환점도 돌지 않았는데 생애 첫 두자릿수 홈런을 달성했고, 타율(0.292) OPS(출루율+장타율, 0.823)도 아직까진 생애 최고 수치다. 자타공인 KIA 타선의 기둥이 됐다.
18일 광주에서 만난 김호령은 "이렇게 매일매일 경기를 나갈 수 있다는게 너무 즐겁고, 감독님께 감사하다. 그러니 올해 진짜 잘해야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호령은 '전에는 홈런 10개를 칠 만큼의 타석이 없었다'는 말에 "그건 내가 타격을 못해서다. 그건 분명히 인정해야한다. 최원준(KT 위즈) 이우성(NC 다이노스) 이창진 등등 나보다 좋은 선수가 많았다. 내 장점은 수비니까, 내가 감독이라도 후반에 기용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작년에 부상자가 많아서 내가 주전으로 뛰어야했는데, 그?? 감독님이 알려주신 타격폼이 나한테 딱 맞았다. 그게 내겐 정말 큰 기회가 됐다."
전날 LG 트윈스전에서도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160㎞를 넘나드는 무시무시한 직구의 소유자, LG 새 외국인 투수 약셀 리오스를 상대로 2-2로 맞선 8회말 선두타자로 등장, 2루타를 치며 팀 공격을 이끌었던 것.
특히 김호령의 2루타는 앞서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그 위력을 과시했던 리오스가 한국 데뷔 이래 처음 허용한 장타였다. 김호령은 "생각보다 진짜 빨랐다. 변화구도 엄청 빠르더라. 초구를 일단 보고, 최대한 타이밍을 앞으로 당겼다"고 전날의 기억을 되새겼다.
"2구째 파울을 쳤는데, 이 정도면 칠 수 있겠는데? 싶었다. 변화구 제구가 잘 안되길래 풀카운트에선 무조건 직구라고 확신하고 돌렸다. 손목이 딱 잡아채이면서 정말 기분좋게 때렸다. 선두타자니까 무조건 살아나가는데 초점을 맞췄는데, 안타도 아니고 2루타로 나간 거니까 정말 짜릿했다."
최근 들어 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KIA를 깨운 한방이었다. KIA는 김도영의 적시타, 나성범의 투런 홈런이 이어지며 5대4 힘겨운 승리를 따냈다. 김호령은 "타격은 사이클이 있으니까, 다른 타자들도 점점 올라오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올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생애 첫 FA 시즌인데, 하필 중견수 FA가 한꺼번에 풀리는 해다. 하지만 정수빈(두산)은 무난하고, 최지훈(SSG) 배정대(KT)가 한꺼번에 생애 최악의 부진에 빠지면서 김호령이 최대어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시즌은 이제 겨우 절반쯤 지났을 뿐이다. 김호령은 "한 30경기 했는데 벌써 '김호령 얼마 줘야하나'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시즌 끝날 때까지 지금 성적을 잘 유지하는게 목표"라며 각오를 다졌다.
김호령의 달아오른 방망이는 이날 경기에서도 뜨겁게 빛났다. 김호령은 0-2로 뒤진 5회말 공격에서 2타점 동점 2루타를 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이어진 김도영의 땅볼 때 홈을 밟으며 결승점을 올렸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