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승리의 기쁨 뒤에는 사령탑의 냉철한 계산과 식은땀 나는 복기가 숨겨져 있었다. 최근 짜릿한 한 점 차 승부와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박진만 감독이 숨 막혔던 불펜 운용에 대해 털어놨다.
삼성은 최근 경기 후반 필승조 라인에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자칫 경기 흐름이 완전히 넘어갈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박진만 감독의 선택은 신속하고 단호한 '경험치 수혈'이었다.
박 감독은 17일 경기 당시 긴박했던 투수 교체 타이밍에 대해 "먼저 올라간 투수가 깔끔하게 잘 던져줬으면 도중에 대체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웃었다.
"잘 던지다가 갑자기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것은 우리 불펜진이 비록 필승조 타이틀을 달고는 있지만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승부처에서 오는 특유의 압박감이나 중압감을 아직까지는 좀 더 몸으로 겪고 경험해야 할 단계라고 본다."
어린 영건들이 흔들릴 때 박 감독은 풍부한 베테랑 카드를 꺼낸다. 그리고 이 승부수는 완벽하게 적중하고 있다. 박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압박감에 흔들린 그 이후 타이밍에는 그래도 마운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 있는 선수들이 올라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라며 "그렇게 교체 타이밍을 가져갔는데, 베테랑 투수들이 위기 상황을 잘 막아내며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은 17일과 18일 이틀 연속 키움과의 경기에서 상대 마운드에 꽁꽁 묶이며 이렇다 할 반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반면 마운드는 매 이닝 실점 위기에 노출되며 야수진 전체가 엄청난 피로도를 견뎌내야 했다.
17일 경기에서 7회와 8회 이승민과 배찬승이 연이어 흔들리자 박 감독의 선택은 '프로 15년차' 김태훈이었다. 김태훈으로 불을 끈 후 마무리 김재윤으로 경기를 끝냈다.
18일에는 5회부터 6, 7회를 미야지 유라와 김태훈이 실점없이 막아냈다. 하지만 8회 마운드에 오른 이재희는 1사 후 두 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박 감독은 지체없이 '프로 10년차' 최지광으로 교체했고 최지광은 1⅔이닝을 깔끔하게 삭제했다.
한 점 차 승부를 지켜내기 위해 박 감독은 필승조 영건들이 압박감에 흔들리는 순간을 무작정 지켜보며 방치하지 않았다. "압박감을 더 경험해야 한다"는 냉정한 비판과 함께, 승부처에서는 곧바로 베테랑을 투입해 불을 끄는 야구로 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