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리그 유일 같은 홈구장을 쓰는 구단이다. 잠실에서 1986년부터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시작했다.
양 팀 팬덤 사이는 최악의 앙숙으로 유명하다. 잠실 라이벌전은 KBO리그 최고의 흥행 카드로 어린이날 고정 편성된다. 경기 후에는 선수들끼리 마주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긴 팀이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퇴근하고 패한 팀이 실내 통로로 돌아가는 로컬 룰(?)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21일 경기가 끝나고 뭉클한 장면이 연출됐다. 서로가 상대의 간판 응원가를 목이 터져라 불렀다. LG 팬들은 두산의 승리를 위하여를, 두산 팬들은 LG 승리의 노래를 떼창했다.
LG가 준비한 '클래식 데이'의 마지막 날이었다. 19일부터 21일까지 잠실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주말 3연전은 특별했다. LG가 홈으로 치르는 잠실더비 마지막 3연전이었다. 잠실구장은 올해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LG와 두산은 내년부터 올림픽 주경기장을 임시 홈으로 쓰고 2032년 잠실돔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LG는 두산과 마지막 시리즈를 뜻깊게 장식하고 싶어서 대형 이벤트를 준비했다.
LG 마케팅은 1월부터 준비했다. 두산도 적극 협조했다. 선수단은 추억의 올드 유니폼을 착용했다. 이례적으로 원정팀 타자 등장 때에도 음악과 영상을 틀어줬다. LG는 두산팬을 시타자로 초청했다. 21일 LG팬으로 유명한 김은희 작가가 시구, 두산 열혈팬으로 널리 알려진 남편 장항준 감독이 시타했다. 장 감독은 LG 초청을 받고 "두산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고 외치는 금기를 저지르기까지 했다. 이날만큼은 모두가 웃음으로 넘겼다.
하이라이트는 경기 후 합동 응원전이었다. 이날 2만3750석이 매진됐다. 놀라운 점은 3루측 관중들도 전혀 빠져나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산 팬들도 거의 그대로 남아서 축제를 만끽했다. 두산은 3연전을 내리 패했지만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야구팬'으로 하나가 됐다.
행사 후 SNS에서는 두산 팬임을 밝힌 네티즌들이 '우리도 합법적으로 LG 응원가 크게 외쳐서 재미있었다', '두산 응원가를 LG 팬들이 더 잘 부르는 것 같다'는 댓글을 달고 많은 추천을 받았다.
LG 관계자는 "잠실을 함께 사용한 LG와 두산 팬들이 마지막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많은 분들이 잠실의 마지막을 아쉬워하시는데 많은 추억 쌓고 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한편 두산이 홈으로 펼치는 잠실 더비는 아직 두 차례(7월 31일~8월 2일, 9월 1일~3일) 남았다. 두산도 야심차게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