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이보다 잘할 수 있을까. 이제는 KIA 타이거즈 에이스라 불러도 될 듯하다. 아담 올러가 KBO 리그를 완벽히 장악하고 있다.
올러는 지난해 KIA 유일 10승 투수(11승)로 활약하고, 올해 120만 달러(약 18억원) 조건에 재계약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애슬레틱스와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36경기(선발 23경기)에 등판한 경험이 있고, 나이와 구위를 봤을 때 메이저리그 재입성을 노릴 만했으나 올러는 KIA 잔류를 더 간절히 원했다.
첫 번째는 안정적인 환경이다. 올러가 한국행을 결정할 당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불안정한 신분에 스트레스가 큰 상태였다. 한국에서는 아프지만 않다면 1군에서 안정적인 선발 등판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었고, 실제로 올러는 지난해 팔꿈치 염증으로 이탈한 기간을 제외하면 2군으로 내려갈 일이 없었다.
올러는 한우와 오리탕 같은 한식도 즐겨 먹고, 한국 문화에도 풀 빠진 모습을 보였다. 이런 부수적인 만족감도 물론 한국에서 2번째 시즌을 보내는 데 큰 영향을 줬겠지만, 1순위는 역시나 야구였다.
올 시즌 올러는 명실상부 KIA의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15경기에 등판해 8승5패, 93⅓이닝, 98삼진,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하고 있다. 다승 부문만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공동 1위고, 이닝과 삼진, 평균자책점은 단독 1위다.
KIA가 올해 200만 달러(약 30억원)를 들여 잔류시킨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뛰어넘는 성적이다. KIA는 지난 시즌 뒤 네일을 당연히 재계약 1순위로 두고 움직였고, 메이저리그 구단의 오퍼도 있었기에 외국인 최고 대우 정도는 약속해줘야 했다.
그런데 네일이 시즌 초반 의외로 고전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승운이 따르지 않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국내 타자들이 네일의 패턴에 익숙해진 것인지 전보다 쉽게 공략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네일은 15경기에서 4승4패, 87⅓이닝, 66삼진,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1, 2위에 올랐던 이전 2시즌과 비교하면 성적이 평범해지긴 했다.
올러가 시즌 끝까지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이어 간다면, 메이저리그 유출을 우려할 만하다. 최근 미국에도 메이저리그 4~5선발급 투수는 부족한 상황이라 일본프로야구(NPB)나 KBO 리그에서 성공한 외국인 투수들을 데려가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해 KBO MVP 코디 폰세(토론토 블루제이스), 폰세와 한화 이글스 원투펀치를 구축했던 라이언 와이스(휴스턴 애스트로스), SSG 랜더스 에이스였던 드류 앤더슨(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등이 최근 KBO 역수출 사례다. 폰세는 부상으로 개막과 동시에 시즌을 접었고, 와이스와 앤더슨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이처럼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이 곧 성공을 보장하진 않지만, 고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면 메이저리그에서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올러는 시즌 뒤 어떤 마음을 품을까. KIA와 재계약할 때 올러의 마음가짐이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면, 자리가 불확실한 메이저리그 복귀보다는 KIA 잔류를 택하겠으나 미래는 늘 그렇듯 모르는 일이다. 올러는 일단 KIA 마운드의 중심을 잘 잡고 있다. 국낸 선발진이 중위권 팀 중에서는 약한 편이기 때문. 4위 KIA가 후반기 상위권 도약을 노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올러가 잘 버텨주는 게 중요하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