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O 당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큰 충돌 뒤 농담으로 주변의 우려를 지웠다.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이정후의 부상 우려에 오라클파크를 가득 채운 관중 4만43명은 모두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정후는 24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애슬레틱스와 경기에 5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1타점을 기록,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샌프란시스코는 3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종전 3할2푼7리에서 3할3푼1리까지 올랐다. 메이저리그 타격 2위를 지켰고, 선두 오토 로페스(마이애미 말린스, 3할3푼7리)와는 6리차까지 거리를 좁혔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장면은 6회말에 나왔다. 선두타자 이정후가 볼넷으로 출루하고, 2루를 훔치는 과정에서 태그를 시도하던 2루수 제프 맥닐의 팔에 턱을 맞아 쓰러졌다. 맥닐이 포구하지 못하고, 이정후는 쓰러진 와중에 베이스를 찾아 터치해 도루는 성공했다.
'샌프란시스코클로니클'의 수잔 슬러서 기자는 "도루 저지 과정에서 큰 충돌이 있었고, 이정후가 얼굴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는 아직도 경기장에 쓰러져 있다"고 걱정했다.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는 '(충돌 후) 이정후의 처음 반응은 만원 관중을 공포에 떨게 했다. 송구가 헬멧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머리 부위를 강타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 하지만 다행히 그의 얼굴과 부딪힌 것은 맥닐의 팔인 것으로 밝혀졌다. 토니 바이텔로 샌프란시스코 감독과 트레이너, 이정후의 통역이 더그아웃에서 2루로 황급히 달려 나갔고, 이정후는 한동안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 확인 결과 그는 단순히 큰 충격을 받아 정신이 얼떨떨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몸 상태를 살핀 이정후는 일어나 다시 주루 플레이를 이어 갔다.
이정후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지금은 괜찮다. 팔꿈치에 턱을 맞아서 KBO 당했다"고 이야기했다.
미국 현지 취재진이 "기절했던 것이냐"고 묻자 이정후의 통역이 "농담이었다"고 대신 답해 웃음을 유도하며 분위기를 풀었다.
모두를 놀라게 한 부상 위험에도 이정후의 결승포는 묻히지 않았다.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가동했다. 볼카운트 1B에서 상대 선발투수 애런 시베일의 2구째 커터가 한가운데로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받아쳐 오른쪽 담장 너머 구석에 꽂았다. 시즌 5호포이자 팀에 1-0 선취점을 안기는 큰 한 방이었다. 비거리 414피트(약 126m)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최장 기록이었다.
뉴욕포스트는 '오라클파크에서 가장 깊숙한 곳인 트리플 앨리의 담장을 넘기는 개인 통산 가장 먼 거리의 홈런을 터트렸다. 이 솔로 홈런은 샌프란시스코 타선에 불을 지폈다'고 평했다.
이정후는 "그쪽(트리플 앨리)으로 치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한다. 홈런을 치고 싶다는 게 아니라 그쪽으로 좋은 타구를 많이 날리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하는데, 홈런을 칠 줄은 몰랐다"며 얼떨떨해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