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이정후가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거듭난 상황에서 그의 계약 조건은 오히려 합리적인 편이다."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6년 1억1300만 달러(약 1746억원) 계약이 드디어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정후의 처참한 중견수 수비를 지적하고, "공격력을 수비로 전부 까먹었다"며 중견수 불가 판정을 내렸던 미국 언론이 180도 달라졌다. 공격적인 비판은 이제 찾아볼 수 없고, 이정후를 향한 찬양에 가까운 칭찬이 가득하다.
이정후는 24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애슬레틱스와 경기에 5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1타점을 기록,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여러모로 이정후만 보인 경기였다. 이정후는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가동했다. 볼카운트 1B에서 상대 선발투수 애런 시베일의 2구째 커터가 한가운데로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받아쳐 오른쪽 담장 너머 구석에 꽂았다. 시즌 5호포이자 팀에 1-0 선취점을 안기는 큰 한 방이었다. 비거리 414피트(약 126m)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최장 기록이었다. 이정후의 홈런에 불이 붙은 샌프란시스코 타선은 추가점을 뽑아 2-0까지 거리를 벌렸다.
수비는 매우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3회초 애슬레틱스 콜비 토마스의 우익수 쪽 평범한 뜬공을 이정후가 여유 있게 잡는 것처럼 보였는데,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고 빠뜨리는 어이없는 실책을 저질렀다. 이 실책 탓에 선발투수 로비 레이가 맥스 먼시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해 2-1로 쫓겼다. 레이는 이정후의 이 실책만 아니었다면, 8이닝 무실점 무결점 투구를 펼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정후의 실책을 언급하는 미국 언론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정후의 홈런과 6회 도루 과정에서 상대 2루수 제프 맥닐과 충돌해 부상 위험에 노출됐던 장면만 조명할 뿐이었다.
이정후가 스스로 만든 변화다. 이정후는 70경기를 치른 현재 타율 3할3푼1리(266타수 88안타)를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드디어 KBO 통산 타율 1위의 위엄을 메이저리그 도전 3년째에 보여주고 있다. 1위 오토 로페스(마이애미 말린스, 3할3푼7리)의 방망이가 도통 식지 않고 있지만, 이정후는 계속해서 로페스를 압박하며 정상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정후가 지금 기세를 시즌 끝까지 유지해 타율 1위에 오른다면, 한국 메이저리거 역대 최초 타격왕이라는 역사를 쓴다.
샌프란시스코 지역매체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이정후 역시 고액 계약자 가운데 한 명이지만, 루이스 아라에스와 마찬가지로 이번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몇 안 되는 위안거리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 6년 1억13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했을 때 샌프란시스코가 기대했던 스타성과 기량을 마침내 온전히 보여주고 있다'고 호평했다.
매체는 이어 '이정후는 현재 타율 3할3푼1리를 기록하고 있고, 우익수 수비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발도 빠르다. 팬들 사이에서 인기도 폭발적이다. 이정후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는다면 엄청난 대가를 돌려받을 수 있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샌프란시스코가 그의 트레이드를 고려할까? 어떤 대가를 받더라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가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거듭난 상황에서 그의 계약 조건은 오히려 합리적인 편이고, 현재 샌프란시스코 외야에 확실한 대안이 줄을 서 있는 것도 아니다. 조나 콕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콕스는 중견수가 어울리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버스터 포지 샌프란시스코 야구부문 사장이 이날 한번 더 '트레이드 셀러'로 나설 의지를 피력한 가운데 이정후는 전보다 더 확실히 트레이드 불가 대상으로 분류됐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이정후는 잦은 부상 이력이 있고, 아직 풀타임 내내 꾸준한 성적을 유지한 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이정후는 장기 계약 선수들 가운데 로건 웹 다음으로 트레이드 가능성이 가장 낮은 선수다. 2026년 암울한 샌프란시스코의 상황에서 그는 너무도 확실한 플러스 요인이자 보기 드문 '기분 좋은 스토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웹은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 포지는 "웹은 절대 트레이드하지 않겠다"고 직접 못을 박았고, 이정후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으나 웹만큼이나 대체 불가 선수로 분류됐다는 게 미국 현지 언론의 설명이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에서 현재 트레이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는 아라에스와 레이다. 두 선수 모두 선수단 내에서 인기가 높은 선수들이라 내부적으로 아쉬워 하는 반응이 많다는 후문이다.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처분하고 싶어하는 팀 내 악성 계약 '빅3' 윌리 아다메스, 라파엘 데버스, 맷 채프먼은 외부에서도 큰 인기가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 언론은 샌프란시스코가 기적적으로 반등하길 원하고 있지만, 올 시즌 안에 트레이드 후보 중에서 최소 2명은 처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명 안에 이정후가 들어갈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