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광활한 잠실구장을 나란히 안방으로 나눠 썼지만 한 팀에는 있었고, 다른 한 팀에는 없었던 타이틀이 있다. 바로 '홈런왕'이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난해까지 역대 홈런왕 명단을 살펴보면 OB에서 두산으로 이어진 베어스는 김상호(1995년), 우즈(1998년), 김재환(2018년) 등 세차례 리그 홈런왕을 배출했다.
반면, MBC 청룡 시절을 포함, LG 트윈스는 지난 44년의 역사에서 단 한번도 홈런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잠실구장 마지막 해.
'홈런왕 잔혹사'를 끊어낼 주인공이 마침내 나타났다. LG의 복덩이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33)이다.
오스틴은 24일 현재 73경기에서 0.347의 타율(공동 2위)과 22홈런(1위), 66타점(2위), 59득점(3위), 99안타(2위), 장타율 0.653(1위) OPS 1.075(1위) 등 도루를 제외한 타격 주요 부문 전반의 최상위권에 포진하는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KIA 김도영(20홈런)에 앞선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오스틴의 괴력은 지난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맞대결에서 고스란히 증명됐다.
0-0으로 팽팽하던 4회말, 선두타자 박해민이 2루타로 출루하며 완벽한 기회를 잡았으나 오스틴의 타석 때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실패하며 아웃됐다. 순식간에 공격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진 타이밍이었다. 자칫 경기의 주도권을 내줄 수 있었던 순간, 오스틴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삼성 선발 오러클린을 상대로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몸쪽으로 떨어지는 스위퍼를 그대로 걷어 올렸다. 비거리 125m짜리 대형 좌월 선제 솔로 홈런. LG는 이 홈런 한방으로 만든 귀중한 결승점을 끝까지 지켜내며 2-0으로 승리,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시즌 22호 홈런을 기록한 오스틴은 2위 김도영(KIA 타이거즈·20개)과의 격차를 2개로 벌리고 단독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 홈런은 올 시즌 KBO 리그 '최초 전 구단 상대 홈런'이라는 점에서 더욱 상징성이 컸다.
오스틴이 구단 최초 홈런왕 등극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는 구장이나 상대 팀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드넓은 잠실벌에서만 벌써 11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고, 고척돔과 수원에서도 각각 3개를 뽑아냈다. 오히려 홈런이 가장 잘 나오는 구장으로 꼽히는 대구에서는 홈런이 없다. 좁은 구장의 이점을 등에 업고 만드는 홈런이 아니라, 순수한 파워로 담장을 넘기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기복 없는 꾸준한 페이스와 상승세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오스틴의 홈런 생산 속도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배트 스피드와 장타력이 동반 상승하며 완벽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4월 6홈런→5월 7홈런→6월 9홈런으로 홈런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과연 오스틴이 LG 구단 역사상 최초의 홈런왕 타이틀이라는 오랜 숙원을 풀어줄 수 있을까. 현재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며 홈런왕을 차지한다면 시즌 MVP 등극도 유력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2026 KBO 리그 홈런 5걸
1위 오스틴 (LG 트윈스) 22개
2위 김도영 (KIA 타이거즈) 20개
3위 강백호(한화), 최정(SSG), 힐리어드(KT) 이상 17개
◇오스틴 월별 홈런 추이
4월 24경기 6홈런
5월 26경기 7홈런
6월 20경기 9홈런 (진행 중)
<이상 24일 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