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레이(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전반 초반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누구 한 명을 지목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대다수 선수의 발이 무거웠다.
홍명보호가 컨디션 관리에 실패한 정황, '몬테레이 참사'를 당한 궁극적인 이유다. 아무리 전술을 꼼꼼히 준비하고 나왔더라도 전술을 실행할 선수들이 제대로 뛰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휴고 브로스 남아공 감독은 홍명보호를 '건전지'에 비유했는데, 이날은 굳이 비유하자면 '폐건전지'에 가까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행적을 돌아보면, 흠잡을 만한 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태극전사들은 22일(이하 한국시각) 베이스캠프인 멕시코 과달라하라를 떠나 몬테레이에 입성해 이틀간 남아공전 대비 훈련을 진행했다. 과달라하라의 1571m 고지대에서 500m대 몬테레이 저지대로, 20도 중반 선선한 날씨에서 30대 초중반 불볕더위로, 환경이 크게 바뀌었지만, 1차전 체코전(2대1 승), 2차전 멕시코전(0대1 패)에서 '달리기'엔 큰 문제를 보이지 않았던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훈련 중간에 선수들이 가족들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히 부여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25일 멕시코 과달루페의 에스타디오 몬테레이에서 열린 남아공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
조 3차전에서 이번 대회 들어 최악의 졸전을 펼치며 0대1로 충격패했다. 상대가 수비 뒷공간 침투를 주무기로 삼는다는 사실은 전력 분석을 통해 미리 파악했지만, 패스가 넘어올 때마다 수비진에 긴장감이 조성됐다.
손쉬운 패스가 차단되는 횟수가 유달리 많았는데, 더 큰 문제는 공을 빼앗긴 뒤 되찾아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는 데 있다. '오프 더 볼' 움직임이 부족하다 보니, 세컨볼 싸움에서도 남아공에 밀리기 일쑤였다. 남아공에 발목이 잡힌 홍명보호는 1승2패, 승점 3점(득실차 -1)에 그치며 조 3위로 추락했다. 48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12개조 1, 2위와 성적이 좋은 3위 8개팀이 32강에 진출한다. 한국은 다른 조 상황에 따라 32강 진출 여부가 결정나는 상황에 놓였다.
홍명보 감독은 일단 팀내에서 식중독과 같이 선수들의 컨디션과 직결되는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준비 과정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선수단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고온다습한 날씨가 선수들의 활동량을 저해한 첫 번째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드필더 황인범(페예노르트)은 "우리가 머물던 곳(과달라하라)과 비교하면 오늘은 많이 더웠다. 땀이 많이 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홍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폭염이 경기를 치르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휴고 브로스 남아공 감독은 쉽지 않다라고 우려를 표했는데, 정작 남아공 선수들이 더 잘 뛰었다. 홍 감독은 "몬테레이에 너무 일찍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아공보다)하루 먼저 왔다. 아무래도 과달라하라와 환경이 많이 차이 난 것이 (경기력에)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 경기 초반 양상도 선수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수비수 이기혁(강원)은 "초반에 실수가 생기다 보니 손발이 꼬이기 시작했다. 움직임에 신경을 쓰다 보니 좀 둔하게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선수들은 아마 열심히 뛰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전체적으로 (선수들 사이)간격이 많이 멀었던 것 같고, 세컨드 볼도 못 잡았다. 전체적으로 다 잘 안됐던 것 같다"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홍명보호가 32강에 진출한다면, 컨디션 관리에 허점은 없는지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몬테레이(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