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샌프란시스코는 25일(이하 한국시각)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애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서 0-1로 뒤진 9회말 라파엘 데버스와 빅터 베리코토의 솔로포 두 방을 앞세워 2대1의 끝내기 역전승을 거두고 2연승을 달렸다.
패색이 짙던 9회말 선두 데버스는 애슬레틱스 마무리 엘비스 알바라도의 99.2마일 한복판 직구를 걷어올려 가운데 담장을 넘겼고, 2사후 타석에 선 베리코토는 알바라도의 한가운데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최근 '항명 사건'으로 주목받았던 데버스의 비거리 416피트(127m)짜리 결정적인 대포가 승리의 큰 원동력이었다고 봐야 한다. 바이텔로 감독에게 크나큰 선물을 한 셈이다. 데버스는 전날 애슬레틱스전에서도 2-1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7회 적시타를 터뜨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 전 현지 유력 매체 뉴욕포스트(NYP)는 '라파엘 데버스 상황(situation)에 대해 토니 바이텔로의 리더십이 검증받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데버스 상황'이란 지난 22일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9회초 볼넷으로 출루한 데버스를 대주자로 교체하면서 불거진 '항명 사건'을 말한다.
당시 바이텔로 감독은 1-2로 뒤진 9회초 선두 데버스가 볼넷을 골라 나가자 대주자로 조나 콕스를 기용했다. 최근 햄스트링을 다친데다 팀내에서 주력도 가장 느린 데버스를 바꾸는 건 당연한 조치였으나, 데버스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더그아웃을 향해 손을 가로저었다. 이어 콕스가 1루로 다가오자 손으로 들어가라는 제스처까지 취했다.
결국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데버스는 등을 두드려 위로하려는 동료들의 손길을 일부러 피하며 잔뜩 불만섞인 표정을 짓고 사라졌다.
이후 바이텔로 감독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선수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면서 선수단 장악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일단락된 것은 데버스가 이틀 뒤인 지난 24일 오라클파크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하면서다. 데버스는 의사소통에서 오해가 생겼고, 바이텔로 감독의 지시에 반기를 든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오히려 이를 보도한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기자 여러분들이 그냥 모든 것을 과장하고 있어요. 그래서 난 당신들과 얘기하고 싶지가 않은 겁니다"라고 한 것이다.
만약 데버스가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면 바이텔로 감독의 리더십이 흔들렸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그는 프로 지도 경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구단 지휘봉을 잡은 역사상 최초의 인물이다.
NYP는 '(작년 가을)버스터 포지 사장이 차기 감독 후보로 대학 사령탑들을 물색하기로 결정할 당시 가장 큰 궁금점은 프로 경력이 전혀 없는 대학 감독이 18~22세 아마추어 선수들을 가르치다 훨씬 긴 세월을 뛴 수백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들을 잘 길들이겠느냐는 것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바이텔로 감독이 데버스 상황을 슬기롭게 넘겼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바이텔로 감독과 데버스는 마이애미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대화로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NYP는 '두 사람은 마이애미에서 돌아오는 6시간 비행 동안 상황을 정리했는데, 데버스과 감독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바이텔로는 그런 대화가 필요했다고 인정했고, 훌륭한 대화였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샌프란시스코 중계 아나운서인 마이크 크루코우는 현지 라디오 매체 KNBR에 출연해 "바이텔로 감독은 데버스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놓고 구단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집중적인 주목을 받고 있었다"면서 "데버스는 퍼스트클래스 칸으로 가 바이텔로 감독 옆에 앉아 오랜 대화를 시작했다. 비행기내 모든 사람들이 그 광경을 봤다. 모든 사람들이 데버스가 비행기 후미에서 앞으로 이동하는 걸 봤다. 그가 어디로 가는지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아는 건 아니다. 데버스가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내일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NYP는 '바이텔로는 아마도 팀의 간판선수가 공개적으로 비난받는게 영 불편했던 모양이다. 분명 그는 공개되지 않은 곳에서 일을 처리하고 싶어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크루코우는 "어제 자이언츠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는데, 선수단은 경기를 뛸 준비가 돼 있었다. 그들은 바이텔로 감독의 주도로 다시 단합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역전승이 우연이 아닐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데버스의 항명 사건을 계기로 똘똘 뭉쳤을 수 있다.
포지 사장은 "토니는 클럽하우스를 장악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존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아는 한 그가 클럽하우스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데 대한 걱정은 없다"고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