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국내 유일의 '상금 채리티' 대회인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군산CC 오픈이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사상 첫 총상금 11억 원 시대를 열었다. 의미와 규모가 확대된 뜻깊은 무대에서 정한밀(35)이 투어 데뷔 10년 만에 감격의 생애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정한밀은 28일 전북 군산시 군산 컨트리클럽 토너먼트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정한밀은 강력한 추격자였던 김성현(최종합계 13언더파)을 4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정상에 등극했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의미는 팬들의 참여가 대회 규모를 키우는 '상금 채리티' 방식의 성공적인 정착에 있었다.
기본 상금 7억 원으로 출발한 이번 대회는 프로암 참가비, 갤러리 입장권, 식음료, 공식 기념품 판매 수익 등이 고스란히 총상금에 누적됐다. 그 결과 1라운드 종료 기준 9억 6075만 원, 2라운드 종료 기준 10억 7572만 원으로 불어났고, 3라운드 종료 시점에는 최종 총상금 11억 1409만 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지난해 최종 총상금(10억 484만 3000원)보다 약 10.87% 증가한 수치.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11억 원 고지를 밟았다.
대회 규모가 역대급으로 커짐에 따라 우승자인 정한밀이 가져간 우승 상금 역시 기존 1억 4000만 원에서 8281만 8000원이 증액된 2억 2281만 8000원으로 확정됐다.
단독 선두로 출발해 전반을 마친 정한밀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후반 14번 홀(파4)에서 티샷 실수가 나오며 보기를 범한 것. 경기 후 중계 인터뷰에서 정한밀은 당시 상황에 대해 "미스가 나면 슬라이스 바람을 타는 편인데, 유독 길고 슬라이스 바람이 세게 불어 낮게 컨트롤하려다 슬라이스가 났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다행히 아웃오브바운스(OB)를 피한 그는 15번 홀(파4)에서 반전을 일으켰다.
약 125야드 거리에서 시도한 세컨드 샷이 뒷바람을 타고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며 짜릿한 이글로 연결됐다. 정한밀은 "길게만 가지 않게 컨트롤하려 했는데 들어갈 줄은 몰랐다"며 "너무 기뻤고, 한편으로는 마음을 다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심정을 전했다. 이 이글 한 방으로 추격자들과의 격차를 벌린 정한밀은 무서운 집중력으로 남은 홀을 지켜내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한밀은 인터뷰에서 "오늘은 꼭 우승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며 "원래 군산 토너먼트 코스를 좋아한다"고 군산CC에서 강한 이유를 설명했다.
버디를 잡을 때마다 선보인 독특한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아내와 제가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를 좋아하는데, 선수들이 안타를 치면 세리머니를 하더라"며 "거기서 착안해 이번 대회에서 버디를 잡으면 와이프를 행해 (양손 엄지를 치켜세우는) KIA 세리머니를 했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가족들을 향해"엄마, 아빠가 고생이 정말 많으셨다. 금방 될 줄 알았는데 엄청 오래 걸려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냈다는 것을 부모님께 보여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이어 "성적이 잘 안 나올 때도 늘 괜찮다고 말해줬던 아내가 잘 버텨줘서 고맙다. 사랑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3주 연속 우승을 노린 장유빈은 마지막 날 3오버파로 공동 14위에 그쳤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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