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이날 잠실에서 가장 눈부신 타자는 슈퍼스타 김도영이 아니었다. 스윕 위기에 몰린 KIA 타이거즈를 구해낸 주인공은 리드오프 김호령이었다.
평소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김호령이 펄쩍 뛰며 환호하는 장면이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평소 홈런을 쳐도 담담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았던 김호령이 팀을 살린 선제 투런포를 터뜨린 뒤 펄쩍 뛰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승부에 쐐기를 박는 싹쓸이 적시타까지 터뜨리며 홀로 5타점을 책임졌다. 이날만큼은 슈퍼스타 김도영보다 더 강렬하게 빛난 김호령이었다.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경기. 앞선 두 경기를 모두 내주며 스윕 위기에 몰렸던 KIA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두산 선발 최승용과 KIA 선발 김태형의 호투 속에 경기는 0의 균형이 이어지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흘러갔다.
침묵을 깬 것은 리드오프 김호령의 방망이였다.
5회 선두타자 윤도현이 10구 승부 끝 볼넷으로 출루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박민의 희생번트가 실패했고, 박재현까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어느새 2사 2루. 어렵게 만든 찬스가 허무하게 끝나는 듯했다.
그 순간 김호령이 해결사로 나섰다.
풀카운트 승부 끝 최승용의 슬라이더를 제대로 받아친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선제 투런 홈런으로 연결됐다. 타격 직후 끝까지 전력 질주하던 김호령은 2루 베이스를 돌아서야 홈런임을 확인했고, 이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하게 웃었다.
평소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홈을 밟은 뒤에는 윤도현과 하이파이브를 하기 전 기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힘차게 점프까지 했다. 무표정이 트레이드마크였던 김호령의 활짝 웃는 모습에 더그아웃 분위기도 단숨에 달아올랐다. 대기타석에서 지켜보던 김도영도 포효했고, 스윕 위기에 몰려 있던 이범호 감독 역시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김호령의 홈런 한 방은 단순한 선취점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답답했던 KIA 타선 전체가 살아났다. 6회 선두타자로 나선 김도영이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이어갔고, 이어진 1사 만루에서는 다시 김호령이 해결사였다.
바뀐 투수 박신지를 상대로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싹쓸이 적시타를 터뜨리며 주자 세 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두 타석 만에 무려 5타점. 승부를 완전히 KIA 쪽으로 가져온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흥미로운 장면도 이어졌다.
5회 김호령이 좌측 담장을 넘기자 6회에는 김도영이 비슷한 코스로 홈런을 날렸다. 이어 김호령이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적시타를 터뜨리자 김도영 역시 곧바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생산했다. 김호령이 공격의 물꼬를 트면 김도영이 그 흐름을 이어가는 장면은 이날 KIA 타선의 폭발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시작도, 결정타도 모두 김호령이었다.
5회 선제 투런포로 균형을 깨뜨렸고, 6회 싹쓸이 적시타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KIA는 김호령의 맹활약을 앞세워 5회 2점, 6회 7점을 몰아치며 스윕 위기에서 벗어났다.
슈퍼스타 김도영도 홈런과 2루타로 존재감을 보여줬지만, 이날 잠실의 진짜 주인공은 김호령이었다. 가장 필요했던 순간 가장 결정적인 두 방을 터뜨리며 KIA 타이거즈를 스윕 위기에서 구해낸 리드오프의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