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미안함의 '눈물'이었다. 막내로 월드컵에 나선 그는 생애 첫 월드컵 득점에 성공했지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은 아쉬움의 '눈물'이었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그는 3경기에서 두 골을 폭발시켰다. 독일을 잡는 이변까지 연출했다. 하지만 또 다시 16강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마침내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안와골절 부상으로 마스크를 쓰고 대회에 나선 그는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2대1 승)을 승리로 이끌었다. 결승골을 연출(도움), 꿈에 그리던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기쁘고, 모두가 자랑스럽다"며 미소지었다.
하지만 2026년 북중미월드컵은 '눈물'조차 없었다. '캡틴' 손흥민(34·LA FC)의 네 번째 월드컵은 최악으로 마무리됐다. 월드컵 하나만 바라본 지난 1년이었다. 손흥민은 2025년 여름, 10년간 뛰었던 토트넘을 떠났다. 수많은 옵션 속 전격적으로 미국행을 선택했다. 북중미월드컵을 위해서였다. 역대 최다인 월드컵 4회 출전에 성공한 그는 한 골만 더 넣는다면 한국인 월드컵 최다골(3골) 기록을 새로 쓸 수 있었다. 2골을 추가하면,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갖고 있는 역대 A매치 최다골(58골)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하며 '원형탈모' 의혹까지 받았던 손흥민이지만, 본선 직전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평가전에서 멀티골을 넣으며 '역시'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존재에도 한국의 얼굴은 여전히 손흥민이었다. 출사표도 감동이었다. "처음 나가든 여섯 번 나가든, 월드컵에 나서는 마음가짐은 비슷하다. 어린아이가 되는 것 같다.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했다. 경험도 많아진 만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본선이 시작되고는 존재감이 없었다. 체코와의 1차전(2대1 승)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6개의 슈팅을 때렸지만 영점 조준이 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가 교체된 후 결승골이 터졌다. 멕시코와의 2차전(0대1 패)에서도 선발로 나서 활발한 움직임은 보였지만, 단 1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손흥민의 활용법과 역할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확실한 것은 전과 같은 절대적인 활약을 보여주질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남아공과의 3차전(0대1 패)에서 선발 제외라는 파격수를 꺼냈다. 국내는 물론 외신까지 놀랐다. 후반을 위한 승부수였다. 앞서 12번의 월드컵 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선 손흥민은 처음으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투입됐지만, 끝내 경기를 바꾸지 못했다. 그는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아깝다고 해야 할지, 참 아이러니하다"며 "팀이 패배하는 걸 지켜보고, 경기장에서 많이 못 도와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무득점과 조별리그 탈락, 빈손으로 네 번째 월드컵을 마친 손흥민은 아직 다음 거취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일찌감치 '라스트 댄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지난 5월 리그 경기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마지막이 될지는 모른다. 사실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나이나 기량을 고려할 때 4년 뒤 월드컵 출전은 쉽지 않다. 일단 최다골 기록을 위해 대표팀 여정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손흥민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