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정말 지금까지 왔던 좋았던 감각은 다 거짓말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이 진짜입니다."
KIA 타이거즈의 '천재 타자' 김도영이 무서운 선언을 했다. 그를 둘러싼 기록들을 화려하지만 김도영은 화려한 숫자보다 자신이 마침내 '진짜 감각'을 찾았다는 것에 한껏 고무돼 있었다. 겉보기에는 시즌 내내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지독한 번아웃과 싸우며 뼈를 깎는 고민을 거듭했던 천재의 고뇌가 숨겨져 있었다. 김도영을 완벽한 정상 궤도로 돌려놓은 결정적 계기는 조승범 타격코치와의 '자정 면담'이었다.
김도영은 최근 정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겉으로는 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었지만, 스스로 느끼는 타격 밸런스는 무너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도영은 "사실 주중 키움 히어로즈전 들어오기 전까지 혼자 훈련도 계속 많이 해보고, 아예 쉬어보기도 했는데 결과가 안 나왔다"라며 "그러다 보니 정신적으로 그냥 내려놓게 돼고, 번아웃 아닌 번아웃이 왔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답답한 마음에 김도영이 찾은 곳은 조승범 타격코치의 방이었다. 지난 23일 자정쯤 코치의 방을 찾아간 김도영은 자신의 고집을 먼저 내려놨다. 김도영은 "그동안 홈런이 계속 나올 때도 코치님은 '그게 아니다'라고 계속 말씀하셨는데, 나도 나름대로 연차가 쌓이다 보니 약간 고집이 생겼던 것 같다"라며 "하지만 이번엔 그런 것들을 다 내려놓고 대화를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조 코치는 제자가 먼저 다가오자 참아왔던 묵직한 조언을 건넸다. 김도영은 "코치님이 제 고집을 존중해 주시다가 내가 직접 물어보니 '왜 고집 피우고 있었냐'라며 쓴소리로 멘탈을 다시 잡아주셨다. 내가 지금은 정신을 차리고 팀을 위해 힘을 써야 될 때가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조 코치와의 깊은 대화는 곧바로 기술적인 반전으로 이어졌다. 조 코치는 김도영이 타석에서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집중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명확한 지점을 제시했다. 김도영은 "최근에 변화구 실투를 놓친 게 너무 많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코치님과 대화를 나눠보니, 배팅(타격 연습)을 칠 때부터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치면서 놓치는 게 많았더라"고 짚었다. 이어 "최근 들어서는 코치님이 주신 지점을 연습 때부터 계속 신경 쓰면서 치니까 신기하게 키움전부터 확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타격감이 나쁠 때는 바깥쪽 공에 억지로 손을 대다 보니 3루 땅볼이 양산됐지만 이제는 자신의 존에 들어오는 공을 결대로 밀어 쳐 담장을 넘길 수 있게 됐다. 김도영은 "주변에서 우측 타구가 안 나온다고 할 때도 내 존에만 반응하니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안 좋아지면서 3루 땅볼만 치는 걸 보고 '이제 정말 고집 피울 때가 아니구나'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김도영은 "홈런왕 같은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고, 지금의 좋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런 생각 자체를 접어둬야 할 때가 맞는 것 같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사실 다른 기록에 대한 생각은 아예 없다. 그냥 기록으로 보자면 오로지 '타율' 하나만 보고 있고, 다른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경기 때 팀이 이기는 방향으로만 신경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그동안의 좋은 감각은 다 거짓말이었다"고 선언할 만큼, 고집을 폐기하고 코치와의 소통을 통해 '진짜 야구'를 깨워버린 김도영. 그가 전반기 막판 KIA의 상승세에 무서운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