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대타로 나서 홈런을 때려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임무다. 하지만 준비된 베테랑 외야수 권희동(36)은 예외였다.
벼랑 끝 연패 위기에서 팀을 구출한 결정적 한 방이 터졌다.
NC 다이노스는 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1-5로 뒤지던 7회말에만 대거 9득점을 몰아치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10대5 대역전승을 거뒀다. 마운드에는 리그 최고 이닝이터 후라도가 버티고 있었고, 리그 최강 삼성 불펜을 감안하면 역전을 꿈꾸기 쉽지 않았던 순간. 만약 이날 패했다면 연패 늪에 빠질 수 있는 위기였지만, 벤치의 신들린 대타 작전과 타선의 폭발력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역전극은 7회말에 시작됐다. NC는 삼성 선발 아리엘 후라도를 상대로 선두 천재환의 안타와 대타 고준휘의 중전 안타로 1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이어 김주원이 후라도의 커터를 당겨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렸고, 상대 송구가 주자를 맞고 굴절되며 순식간에 3-5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삼성 마운드가 후라도에서 백정현으로 바뀌자, NC 벤치는 다시 한번 대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좌타자 오장한 대신 우타자 권희동을 투입하는 승부수. 권희동은 볼카운트 2B1S에서 백정현의 낮은 슬라이더를 그대로 퍼올려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승부를 5-5 원점으로 돌리는 짜릿한 시즌 3호 동점 투런포. 개인 통산 5번째 대타 홈런이었다.
권희동의 홈런으로 기세를 올린 NC는 타자일순하며 삼성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박민우의 안타에 이어 삼성 투수진을 상대로 3타자 연속 볼넷을 골라내며 김휘집의 밀어내기로 6-5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천재환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 보탠 뒤, 2사 1,3루에서 김형준이 좌월 스리런 홈런(시즌 7호)을 터뜨리며 쐐기를 박았다. 7회에만 9명을 홈으로 불러들인 NC는 올 시즌 KBO리그 한 이닝 최다 득점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대역전극의 발판을 놓은 인물은 단연 권희동이었다. 새삼 베테랑 타자의 가치가 빛난 순간이었다.
권희동은 과거 FA 시장에서 미아 위기를 겪으며 어렵게 NC와 재계약했던 아픔이 있다. 만약 그때 NC가 권희동과 결별했더라면 팀의 소중한 베테랑 우타 자원을 잃을 뻔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권희동은 매 경기 묵묵히 제 몫을 해내며 팀의 없어서는 안 될 소금 같은 존재로 활약 중이다.
경기 후 권희동은 "오늘 패배하면 자칫 연패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홈팬들 앞에서 승리할 수 있어 기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동점을 만들면서 이어지는 타자들이 좀 더 편하게 타석에 임할 수 있게 도움을 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최근 NC 타자들은 결정적인 순간 클러치 상황에서 심리적 부담감으로 적시타 한방을 치지 못하며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담을 덜어내는 역할을 베테랑 선배가 해낸 것이다.
5번째 대타 홈런의 비결에 대해서는 철저한 '준비'를 꼽았다. 그는 "대타로 나설 때 최대한 연결해서 빅이닝을 만들자는 마음이었다. 처음에는 출루가 목적이었고, 경기 중 실내에서 계속 타이밍을 맞추면서 준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게임의 흐름을 읽고 어떤 노림수를 가져가야 하는 지를 아는 준비된 베테랑. 4년 전 헤어졌더라면 어쩔 뻔 했을까. 어느덧 시간이 흘렀고, 권희동은 올시즌 종료 후 두번째 FA자격을 얻게 된다. ??은 선수가 많은 공룡 군단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산이자, 시너지 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NC 다이노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