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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찢고 구멍, 긴장은 풀렸는데 배상이 걱정" 순수 영혼의 괴물루키, 웃다가 울상 짓다, 잊을 수 없는 하루

구멍난 펜스를 보며 당혹스러워 하는 김백산. 출처=SBS스포츠 중계화면(티빙)
구멍난 펜스를 보며 당혹스러워 하는 김백산. 출처=SBS스포츠 중계화면(티빙)

[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육성선수 신화' 삼성 라이온즈 우완 김백산(23)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다.

김백산은 2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5⅔이닝 동안 최고 구속 149㎞의 강속구와 각도 큰 커브, 슬라이더, 스위퍼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앞세워 2안타 4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NC 강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으며 데뷔전 승리투수가 됐다. 한화 박준영에 이어 KBO 리그 역사상 단 두 번 뿐인 육성선수 데뷔전 선발 승리라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경기 후 중계 인터뷰에서 김백산은 "너무 긴장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면서도 "1회만 잘 던지자는 생각으로 시합에 임했는데, 한 이닝 한 이닝 집중하다 보니 늦게까지 던진 것 같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아마추어 시절 이후 오랜만에 긴 이닝을 소화해야 했던 김백산은 모리야마 퓨처스리그 감독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선발로 전환한 뒤 변화구를 많이 던지지 않았는데, 말씀대로 완급조절을 하며 던지니 이닝이 늘어나도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김백산은 경기 중반 오버페이스로 인해 3회 후반 구속이 130㎞ 초반까지 떨어지며 투구수 증가에 따른 구위 저하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변화구 제구가 잘 안 되길래 일부러 완급조절을 하며 던진 것"이라며 경기 중 직구로 완급조절을 했다는 신인답지 않은 놀라운 이야기를 던졌다.

자신이 만든 펜스 구멍에 손을 넣어 웨이티드볼을 꺼내는 김백산. 출처=SBS스포츠 중계화면(티빙)
자신이 만든 펜스 구멍에 손을 넣어 웨이티드볼을 꺼내는 김백산. 출처=SBS스포츠 중계화면(티빙)
구멍난 펜스를 보며 당혹스러워 하는 김백산. 출처=SBS스포츠 중계화면(티빙)
구멍난 펜스를 보며 당혹스러워 하는 김백산. 출처=SBS스포츠 중계화면(티빙)

이날 경기 전 있었던 '황당 해프닝'이 오히려 그의 긴장을 풀어주는 반전 카드가 됐다. 경기 전 연습 중 김백산이 강하게 던진 웨이티드 볼이 창원NC파크의 펜스를 뚫고 구멍을 내버린 것.

"그것(펜스 구멍) 때문에 오히려 긴장이 좀 풀린 것 같다"며 수줍게 웃은 김백산은 '펜스 배상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중계진의 짓궂은 질문에 "연락이 오면 부담하겠다"고 답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데뷔전 승리의 짜릿함 속에서도 "펜스 배상할 생각을 하니 울컥했다"며 울상을 짓는 모습은 영락없는 순수한 루키의 모습, 그 자체였다.

김백산.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김백산.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정식 선수 등록도 되지 않은 '육성선수'라는 불안한 신분. 그 외롭고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김백산은 퓨처스(2군)에서 함께 땀을 흘린 선배들을 떠올렸다.

"1군에서 퓨처스로 내려오는 형들을 보며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계속 키워왔다. 그 간절함이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

마지막으로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을 묻자 그는 북받치던 진짜 감정의 실체를 드러냈다.

그는 "부모님,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며, "13년 동안 야구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사랑한다"고 수줍고 서툴지만 진심이 가득 담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역사적인 데뷔전 영광의 순간을 담은 영상은 언제까지 볼 거냐는 질문에 "자기 전까지 계속 볼 것 같다"며 수줍게 웃은 김백산. 경기 시작 전 펜스를 찢는 작은사고가 나비효과 처럼 엔팍을 찢으며 KBO리그 단 두번 밖에 나오지 않은 희귀 기록이라는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마치 10년 경력자 처럼 마운드 위 강인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어리바리한 반전매력. 순수해서 더 정감 가는 괴물 루키'의 등장이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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