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조카 동희야, 삼촌은 떠나지만, (너는)롯데 팬들의 영웅이 되어줘."
2022년 성대한 은퇴식과 함께 그라운드를 떠난 이대호. 올해로 프로 9년차가 된 '후계자'가 마침내 영웅으로 거듭나는 해일까.
롯데 자이언츠가 '애증의 투타' 한동희-김진욱의 놀라운 활약을 앞세워 KT 위즈를 꺾었다.
롯데는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주말시리즈 1차전에서 멀티 홈런을 가동한 4번타자 한동희와 선발 김진욱의 완벽투를 앞세워 4대0으로 승리했다. 한동희는 2020년 7월 9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무려 2185일만의 한경기 멀티포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35승째(2무43패)를 기록하며 두산 베어스-한화 이글스-NC 다이노스로 이뤄진 중위권 도약을 위한 한층 더 거센 추격의 고삐를 죄었다. 지난 6월 한달간 승률 5할을 맞췄고, 7월 들어 대반격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반면 KT는 34패째(44승1무)를 기록하며 최근 6경기 1승5패의 부진을 이어갔다. 경기전 KIA 타이거즈와 1경기 차이였던 상황. 이날 패배로 3위 자리마저 위협당하는 처지가 됐다.
이날 롯데는 황성빈(중견수) 고승민(2루) 레이예스(좌익수) 한동희(지명타자) 윤동희(우익수) 나승엽(1루) 전민재(유격수) 손호영(3루) 손성빈(포수) 라인업으로 임했다. 선발은 김진욱.
KT는 김민혁(좌익수) 김현수(1루) 안현민(지명타자) 힐리어드(중견수) 김상수(2루) 오윤석(3루) 장진혁(우익수) 한승택(포수) 장준원(유격수)으로 맞섰다. 선발은 앨런 로건.
경기전 만난 김태형 롯데 감독은 홍민기, 나승엽 등 전체적으로 피지컬이나 잠재력에 비해 심약한 롯데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해 반짝이던 2개월의 모습은 간곳없이 1군에서 다시 말소된 홍민기에 대해 "1군 마운드에 올릴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나승엽에 대해선 "물러서고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싸우려고 달려들어야한다"고 충고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돌격대장 최원준의 허리통증에 대해 "언제 출전한다 장담할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부임 후 처음 경험하는 마운드의 부진에도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롯데 김진욱과 KT 로건의 명품 선발 맞대결은 간판타자의 한방에서 갈렸다.
KT는 1~4회 연속으로 선두타자가 출루했음에도 득점과 연결시키지 못했다. 김진욱의 최고 구속 148㎞ 볼끝 좋은 직구(38개)에 힘있는 슬라이더(36개)와 커브(19개), 체인지업(6개)은 KT 타자들의 방망이를 연신 헛돌게 했다.
실점없이 6⅓이닝을 마친 결과, 평균자책점을 2.84까지 끌어내렸다. 리그에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투수는 1위 올러(KIA, 2.36)을 비롯해 두산 최민석(2.39) 곽빈(2.70) 한화 류현진(2.67) 뿐이다. 그리고 5번째가 김진욱이다.
15번째 선발 등판을 통해 88⅔이닝에 도달했다. 이닝에서도 김진욱보다 우위에 선 투수는 자타공인 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투수 키움 알칸타라, 삼성 후라도, KIA 올러, 네일, 그리고 LG 임찬규, 두산 곽빈 뿐이다.
KT는 1회 선두타자 김민혁이 몸에맞는볼로 출루했지만, 2~4번이 연속 범타로 물러났다. 2회에도 선두타자 김상수가 안타로 출루했지만, 장진혁 한승택이 연속 삼진 당하는 등 꽁꽁 묶였다. 3회 2사 1,2루 찬스에선 힐리어드가 삼진, 4회 2사 2,3루에선 장준원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5~6회는 연속 3자 범퇴였다.
7회초 1사 후 한승택이 안타로 출루하며 김진욱을 교체케 했지만, 바뀐 투수 최준용을 공략하지 못했다. 8회 이이무라, 9회 김원중의 승리 계투가 완벽했다.
롯데는 3회까지 로건 상대로 안타 하나 치지 못했다. 하지만 한동희가 4회초 1사 1루에서 로건의 147㎞ 한가운데 직구를 통타, 그대로 정중앙 담장을 넘겼다. 타구를 따라가던 KT 중견수 힐리어드가 어느 순간 그대로 발을 멈추며 포기할 정도였다. 시즌 6호, 비거리 133m의 괴물 같은 한방이었다.
로건 역시 7회까지 6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한국 복귀 후 3경기 연속 호투를 이어갔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0㎞에 달했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컷패스트볼 등의 제구도 좋았다. 단지 한동희에게 결정적 한방을 허용했을 뿐이다.
그리고 분위기를 탄 한동희가 또한번 수원 하늘을 갈랐다. 2-0으로 앞선 8회초, 무사 1,2루에서 병살타가 나오며 2사 3루가 됐지만, 한동희는 KT 이상동의 148㎞ 바깥쪽 직루를 상대로 비거리 123m 시즌 7호포를 쏴올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