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한화 이글스가 6주를 기다린 이유가 다시 한 번 더 분명해졌다.
오웬 화이트(27·한화 이글스)는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LG는 화이트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좌타자를 대거 배치했다. LG는 홍창기(우익수)-박해민(중견수)-오스틴 딘(1루수)-문보경(지명타자)-천성호(3루수)-문성주(좌익수)-이영빈(유격수)-이주헌(포수)-신민재(2루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외국인타자 오스틴과 포수 이주헌을 제외하면 모두 좌타자다.
이날 경기 전까지 화이트는 시즌 피안타율 2할5푼을 기록했다. 우타자 상대로는 1할9푼8리로 낮았지만, 좌타자 상대로는 2할9푼2리로 고전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데이터적으로 큰 차이가 있고, 오늘 첫 상대라서 믿고 한 번 좌타자를 쫙 깔아봤다"고 밝혔다.
화이트는 LG의 좌타 라인을 효과적으로 묶었다. 1~3회에는 안타를 맞았지만, 내야 뜬공과 삼진, 병살타 등으로 큰 위기없이 넘어갔다. 4~6회는 삼자범퇴로 빠르게 지웠다.
7회가 가장 고비였다. 선두타자 박해민을 유격수 땅볼로 잡은 뒤 오스틴에게 2루타를 맞았다. 문보경을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2사를 만들었지만, 천성호에게 2S 이후 연속으로 볼을 내주며 볼넷을 허용했다. 투구수는 이미 106개까지 올라간 상황. 그러나 문성주를 5구의 승부 끝에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실점없이 7회를 마칠 수 있었다. 111구는 화이트의 올 시즌 최다 투구수다.
한화 타선은 중반까지 LG 선발 투수 라클란 웰스의 호투에 막혔다. 6회 강백호의 1점을 뽑아내는 게 전부였다. 득점 지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화이트는 잘 버텼고, 결국 타선은 8회초 5점을 몰아치면서 화이트에게 확실하게 승리 요건을 안겼다. 팀은 8대1로 승리했고, 화이트는 시즌 5승(4패) 째를 수확했다.
경기를 마친 뒤 김경문 한화 감독은 "화이트가 팽팽한 흐름 속에 7이닝을 버텨주면서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먼저 화이트를 칭찬하고 싶다"고 칭찬했다.
화이트는 "LG 라인업에 좌타자가 많아 스위퍼 외에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려 했던 것이 주효했다"라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오늘이 가장 많은 투구수를 기록한 것 같다. LG가 강한 상대라 경쟁심을 발휘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초반 타선의 침묵에도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화이트는 "우리 득점이 많지 않았지만 그것도 야구의 일부다. 항상 많은 득점 지원이 있을 순 없다. 상대도 좋은 투구와 수비를 보여준 것이다. 득점 지원보다 내가 팀으로부터 서포트와 응원을 받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화이트는 "7회 마지막 타자를 잡아낼 때는 많이 피곤하긴 했지만, 나는 언제나 마운드에 있는 순간에는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며 모든 에너지를 쓰려고 한다. 감독님과 팀이 7회를 마칠 기회 준 것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인사를 남겼다.
화이트는 개막 첫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한 달 이상의 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한화는 단기 대체 외국인선수로 잭 쿠싱을 영입했다. 쿠싱은 16경기에서 1승2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4.79의 성적을 남겼다. 무엇보다 뒷문 불안이 이어졌던 한화에서 불펜 한 축을 담당하며 시즌 초반 버팀목이 됐다. 쿠싱이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한화의 선택은 화이트였다.
화이트는 10경기에서 5승4패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하고 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은 6차례다. 6월16일 NC전(3⅔이닝 6실점)에서 무너진 걸 제외하면 꾸준히 5이닝 이상을 던지고 있다. 7이닝 피칭은 4차례나 된다. 그리고 이날 111구 피칭은 한화가 화이트를 왜 끝까지 믿고 선택했는지를 완벽하게 증명한 순간이었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