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6월 이후 불펜 평균자책점 6.52. 10개 구단 전체 꼴찌다. 이 부문 1위 삼성 라이온즈(2.93)에게 2위 자리를 내준 이유가 있다. 순위표 맨 아래를 맴도는 키움 히어로즈(5.55)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는 SSG 랜더스(6.23)만도 못하다.
'투수 장인' 이강철 감독과 '국대 마무리' 박영현이 있는 KT 위즈의 참담한 현실이다. 순위싸움 혼전 속 어떻게든 3위를 지켜낸게 용할 지경.
필승조이자 팀내 홀드 1~2위인 한승혁과 스기모토의 평균자책점이 각각 6.68과 5.62에 달한다. 이밖에 전용주(4.99) 김민수(5.75) 이상동(7.71) 등 준필승조급 투수들이 대부분 흔들리고 있다. 손동현(3.90)과 우규민(3.80)이 그나마 안정적이지만, 41세 우규민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도, 박빙 상황에 등판하지도 않는 투수다.
매시즌 필승조급 투수를 빚어내던 이강철 감독의 '마법'이 올해는 잘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필승조 역할로 기대받던 신인 박지훈은 올시즌 2군에 오랜시간 머물고 있다.
구원 3위(16세이브) 박영현만이 평균자책점 2.75로 고고하게 뒷문을 지킬 뿐이다. 그 박영현이 무려 6승으로 고영표, 사우어와 함께 팀내 다승 2위인 점도 웃프다. 다승 1위 보쉴리는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 그나마 선발진이 조금씩 안정감을 찾는게 위안거리다.
2021년 KT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던 주권(31)의 생각은 어떨까. 주권은 2019~2022년 4시즌 동안 15승9패 90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한 KT의 대표 필승조였다. 2021년 허리에서 27홀드를 책임진 주권이 없었다면 KT의 우승은 쉽지 않았다.
이후 부상 등 부침을 겪었지만, 올해 반등했다. 29경기에 등판, 33이닝을 책임지며 2승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중이다. 필승조보다는 선발 뒤를 받치며 1~2이닝을 소화하는 브릿지 역할이다. 이강철 감독은 "경우에 따라 불펜데이 선발이나 대체 선발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올시즌 아직 선발로 나간 적은 없다.
주권은 "감독님께서 예전에 비해 편안한 상황에 날 쓰고 계신다. 덕분에 편안하게 던지고 있다. 공을 던지면서 나 자신을 찾아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원래 전성기 주권은 직구-체인지업 2피치로 리그를 압도하던 투수였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주권은 "요즘은 투심을 많이 던지고, 스프링캠프 때부터 연습한 포크볼도 섞어서 던지는게 잘 통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난 경기를 자주 나가는게 좋다. 멀티이닝도 괜찮다. 내가 아니라도 우리팀에 선발 자원은 많은 것 같지만, 필요할 때 3~4이닝 정도 끌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다."
주권의 2승 중 하나는 4-9로 뒤지던 경기를 9회말 6득점 하며 뒤집은 6월 20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이었다. 앞서 배제성(3⅓이닝 3실점) 스기모토(2⅔이닝 4실점) 김민수(1⅓이닝 2실점)의 뒤를 이어 등판한 주권은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내며 기적같은 역전승의 기반을 마련했었다. 그는 "'야구는 9회말부터'라고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기분이 남다르더라"면서 웃었다.
20대 중반의 전성기를 지나 어느덧 서른이 넘은 베테랑이 됐다. 2015년 KT에 우선지명으로 입단한 원클럽맨 생활도 올해로 12시즌째다.
주권은 "팀이 좋은 성적을 내려면 분위기가 중요하다. KT에 오랫동안 몸담으면서 그동안 형들을 보고 배운 게 많다"면서 "결국 후배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운동할 때도 코치님들 말씀 따라서, 하고 싶은대로 다 하는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KT 아시아쿼터 스기모토는 올해 가장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아직까진 필승조다운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직구 좋고, 커브, 포크볼 좋고, 자신있게 던지면 되는데 그걸 못한다. 잘 던질 땐 이런 필승조가 없다 싶을 정도인데…"라며 한숨을 쉬곤 했다.
스기모토에겐 종종 커피를 함께 마시거나, 일요일 경기 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함께 적응에 많은 도움을 준 선배다. 주권은 "스기모토랑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성격이 대범하지 못한게 아쉽다. 자기 딴에는 150㎞ 직구 던졌는데 막 받아치니까 당황하기도 하고"라며 "차분하게 변화구를 한두개씩 섞으면 달라질 거란 얘긴 많이 해줬다. 그래도 요즘 좀 나아졌더라"며 미소지었다.
"나도 어릴 땐 형들이 많이 어려웠다. 워낙 내 위에 형들이 많은 팀이기도 했다. 하지만 눈치보지 않는 모습이 어린 선수들에겐 가장 중요하다. 프로 선수에겐 자기 퍼포먼스가 가장 중요하니까, 아 내가 못 던지면 너무 미안한데, 이 경기 지면 안되는데 이런 생각 하는 순간 경기가 꼬이는 거다. 내 경험상 진땀나는 상황일수록 더 자신있게 자기 공을 던져야 스스로에게도, 팀에게도 좋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