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전반기는 리그에 적응하는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롯데 자이언츠의 선택은 옳았다. 엘빈 로드리게스가 드디어 KBO리그 적응을 마치고, 특급 에이스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후반기에도 로드리게스가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롯데의 5강 도전에 큰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로드리게스는 7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안타 1볼넷 9삼진 1실점을 기록, 10대2 대승을 이끌었다.
빼어난 구위를 자랑했다. 직구(34개) 커터(26개) 스위퍼(14개)에 커브(9개) 킥체인지업(3개) 투심패스트볼(1개)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KIA 타선을 요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5㎞, 평균 구속은 153㎞로 형성됐다. KIA는 로드리게스 맞춤으로 강타자 김도영을 2번에 배치해 압박하려 했지만, 김도영은 로드리게스의 공을 한번도 공략하지 못한 채 아쉬움을 삼켰다.
로드리게스는 16경기 5승5패, 88⅔이닝, 평균자책점 4.26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왜 특급 에이스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기록인데, 지난달 12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이전 11경기에서는 56⅔이닝, 평균자책점 5.56에 그쳤는데, 이후 5경기에서는 32이닝,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변화가 생긴 걸까. 롯데 포수 손성빈은 로드리게스와 서로 이제야 마음을 완전히 연 것 같다고 했다. 로드리게스는 마운드에서 고개를 흔드는 모습을 자주 보였는데, 반등 이후로는 사인을 거부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손성빈은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까. 왜 고개를 흔들었는지 이야기를 했다. 이닝 끝나고, 또 경기 끝나고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면 로드리게스가 고개를 흔든 이유도 이해가 된다. 그러면 나는 왜 거기서 그런 사인을 냈는지 말하면 로드리게스도 이해를 하더라. 그러다 보니까 호흡이 맞아 나가는 것 같다"고 했다.
로드리게스는 "KBO리그에 처음 와서 전반기를 마쳤다. 수준 높은 선수들이 많았고, 그 선수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시즌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최근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도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1회초 선두타자 박재현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선취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도영과 카스트로를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박재현의 2루 도루는 막지 못했다. 2사 2루에서는 나성범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그래도 1회말 롯데 타선이 대거 4점을 뽑아 4-1로 뒤집으면서 빠르게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손성빈은 "1회말에 4점 내면서 바로 로드리게스가 자기 페이스를 잡아서 던진 게 정말 효과적이었다. 로드리게스랑 슬라이더나 스위퍼, 커브를 어떻게 쓸지 이야기하고 나갔는데 정말 스트라이크를 잘 던져줬고 공격적으로 잘 들어오다 보니까 재미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로드리게스는 "1회초 위기가 있었다. 선두타자 볼넷을 내준 게 상당히 아쉬웠다. 그 이후 호흡을 가다듬고 상황에 맞게 투구하려고 했다. 경기 전 전력분석파트, 포수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상대 타자에 대해서 이전에 분석했던 부분을 리마인드한 것이 효율적인 이닝 소화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바라봤다.
이제는 지금의 로드리게스를 진짜 실력으로 믿어도 될 것 같다. 시즌 초반 대량 실점을 반복하며 시행착오를 겪던 로드리게스는 이제 없다.
로드리게스는 "전반기는 리그에 적응하는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오늘(7일) 경기처럼 후반기에 팀 승리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분명히 좋은 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부산=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