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실력으로 자기 자리를 만들었다. 우리 팀 외야가 경쟁구도가 됐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외야수의 기세가 대구 외야를 뒤흔들고 있다. 당초 "돌아와도 전력 외"라던 사령탑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삼성 라이온즈 김현준(24) 이야기다. 지난달 26일 1군 등록 이후 8경기에서 타율 4할2푼9리(14타수 6안타) 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56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군복무 전에도 수비는 외야 세 자리를 모두 커버하던 선수다. 활용폭까지 넓으니 마치 메기처럼 모두 집어삼킬 태세다. 팀의 간판타자이자 주장인 구자욱 한명을 제외하면 모두가 경쟁 구도다.
당초 6월초 국군체육부대(상무) 전역 때만 해도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김현준의 제대 후 활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와서 뛰는 거 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전력 외"라고 선을 그을 정도였다.
사실 삼성 1군 외야는 이미 포화상태였다. 좌익수 구자욱, 중견수 김지찬, 우익수 김성윤에 박승규 이성규가 뒤를 받치고, 2군에도 베테랑 김헌곤을 비롯해 윤정빈 함수호 홍현빈 등이 각자 자기만의 역할을 갖고 1군을 노크중인 상황. 김상민 김재혁 등도 아직 1군 경험은 많지 않지만 2군실적이 만만찮다.
반면 김현준은 올해 상무에서 퓨처스 16경기 출전에 그치며 타율 1할7푼5리(40타수 7안타)로 부진했다. 그나마도 중견수 경쟁에서도 밀려나 코너외야로만 출전했다. 전역 즈음엔 출전도 쉽지 않았다. 박진만 감독이 1군감으로 고려하지 않는게 당연했다.
하지만 타고난 스타성은 어디 가지 않았다. 퓨처스리그에서 예열을 마치고 1군에 돌아온 김현준은 복귀전인 6월 26일 KT 위즈전에 7회말 대타로 출전, 동점 적시타를 치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지난 2일 NC 다이노스전에도 4회 2사 만루에 대타로 출전해 2타점 적시타를 쳤다.
지난 5일 SSG 랜더스전에는 김지찬을 대신해 중견수로 선발출전, 만루에서 싹쓸이 2루타를 치는 등 4타수 3안타(2루타 1) 4타점을 몰아치며 김지찬조차 안전지대가 아님을 입증했다. 3안타 2볼넷으로 5출루를 달성한 것은 덤.
박진만 감독은 "김현준은 실력으로 자기 자리를 만든 거다. 지금 당장의 활약도 좋지만, (김지찬이 빠지는)아시안게임 때를 생각하면 더 반갑다"면서 "김현준이 잘해주면서 박승규나 김성윤도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됐다. 우리 팀에 전체적으로 더 탄탄해질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지찬은 2024년 처음 외야로 전향한 이래 삼성의 부동의 중견수다. 올해는 타율 3할1푼4리, OPS 0.764를 기록하며 방망이에도 물이 올랐다. 김성윤은 지난해 타율 3할3푼1리로 양의지-안현민에 이어 타율 3위를 기록했었다. 박승규 역시 넓은 수비범위와 몸을 아끼지 않는 다이빙캐치로 명장면 단골손님이자 올해 타율 2할8푼 9홈런 34타점 OPS 0.886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맞이한 선수다.
그런데 이들조차 확고한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는게 삼성 외야 경쟁의 현 주소다. 말 그대로 전쟁터다.
"지금 누가 나가도 주전급이다. 김현준은 상무에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해 실전감각이 떨어져 있을 거라고 봤는데, 역시 야구적인 재능이나 센스가 대단한 선수다. 2년만에 왔는데 처음 보는 투수들 상대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니 타격 기술도 좋지만, 군복무를 마친 심리적인 안정감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김현준의 급부상에 김성윤도 화려하게 응답했다. 김성윤은 7일 LG 트윈스전 때는 3타수 무안타에 그친 김현준을 대신해 8회말 대타로 출전, 적시타를 치며 타점과 득점까지 올렸다.
이어 선발출전한 8일 LG전에선 타석에선 4타수 1안타를 쳤지만, 1회말 1사 2,3루 문보경의 우익수 직선타 때 기막힌 송구로 3루주자 홍창기를 홈에서 잡아낸데 이어, 3회에는 우익선상 동점 적시타를 친 문보경을 2루에서 저격하는 강렬한 명장면을 연출해냈다.
팀의 뎁스가 두터워지는 것만큼 사령탑에게 기쁜 일이 있을까. 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불펜과 함께 삼성 선두 경쟁의 원동력이다.
대구=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