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마지막 작별인사에 걸맞은 교감이었다. 연장계약 두번을 불평없이 받아들이고, 17경기 83⅓이닝을 책임져준 투수에게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구단 측 설명처럼, 단지 그것뿐이었을까.
전반기 1위는 삼성 라이온즈의 차지였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는 세리머니 도중, 잭 오러클린과 홈팬들이 뜨거운 인사를 나눴다.
삼성은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6대5, 1점차 진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51승째(2무32패)를 기록, LG보다 승률에서 앞서며 2026년 전반기 1위에 깃발을 꽂았다. 삼성이 전반기를 1위로 끝낸 건 2015년 7월 16일 이후 11년만이다.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가 운명처럼 LG와 삼성의 맞대결로 펼쳐졌고, 첫 경기에서 삼성이 승리하며 1위가 바뀌었다. 2번째 경기에서 LG가 승리하며 다시 탈환했고, 삼성이 마지막 경기를 잡아내며 시리즈는 물론 전반기 위닝으로 올스타 휴식기를 맞이하게 됐다.
'1위 사령탑' 박진만 삼성 감독이 방송 인터뷰에 임했고, 강민호와 김재윤 등 올해 전반기와 이날의 주인공들이 줄지어 인터뷰를 하던 시간, 그라운드에서 어쩌면 특별할지도 모를 순간이 있었다.
오러클린은 더그아웃에서 통역, 지인들과 함께 흐뭇하게 현장을 지켜보다 문득 그라운드로 올라와 사진을 찍었다.
그 모습을 본 김상헌 응원단장이 오러클린을 크게 호명했고, 홈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오러클린은 멋지게 손을 들어 환호에 답했다. 돌아선 그는 통역과도 뜨거운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오러클린의 가족으로 보이는 지인들 역시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오러클린은 전날인 8일 LG전에 선발등판, 3⅔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2대8로 패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전반기' 최종 성적은 5승5패 평균자책점 4.86이 됐다.
어쩌면 한국팬들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이제 KBO리그는 올스타전 휴식기로 접어든다.
박진만 감독은 전날 오러클린에 대해 "한동안 구속이 떨어져서 문제였는데, 어제 경기에선 140㎞대 후반으로 잘 나왔다. 특별히 날리는 볼도 없었고, 내용적으로 괜찮다고 봤다. 그래서 밀어붙였는데, 결과적으로 내 운영 실패로 진 경기"라고 돌아봤다.
시즌전 맷 매닝의 부상으로 인한 단기 대체 외인으로 합류했고, 2번의 계약 연장을 거쳤다. 이번 계약의 종료일은 7월 16일. 후반기 첫 등판을 소화하려면 최소한 3번째 연장계약이 필요하다. 추가 연장계약이나 정식 계약이 없다면, 오러클린은 더이상 삼성 팬들 앞에서 공을 던질 수 없다.
다만 익히 알려진대로 교체설이 파다하게 퍼진 상황. 일각에서는 크리스 페덱(전 텍사스 레인저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전반기 마지막날이었던 이날 대구는 2만4000장의 티켓이 모두 팔려 올시즌 33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오러클린을 향한 홈팬들의 환호, 박수에는 정식 아닌 연장계약의 연속에도 기꺼이 헌신해준 외인을 향한 감사와 작별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다.
삼성 관계자는 일관되게 부인했다. "김상헌 응원단장의 돌발 행동이었을 뿐이다. 현재로선 (이종열)단장님과 (박진만)감독님이 설명하신 대로 결정된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단순히 전반기를 책임진 외국인 선수와 팬들의 교감이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날 경기 후 교체 가능성이 전혀 없는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나 '푸른피의 에이스' 원태인, 그외 최원태 양창섭, 박진만 감독이 전반기 MVP로 꼽은 김재윤 등은 인터뷰 이후에도 오러클린처럼 별도로 팬들과 인사하는 일이 없었다.
앞서 3연전 첫날 박진만 감독은 오러클린의 교체 여부에 대해 "구단에서 고민 중인 여러가지 옵션이 있다. 앞서 거론된 크리스 페덱(전 텍사스 레인저스)도 그 리스트에 있는 선수인 건 맞다. 구단에서 최종 협상을 하는 상황인 것 같다. 오러클린이 가고 새로운 외국인이 오게 될지, 올스타 휴식기 안에는 결정이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전에도 후반기 변수를 묻는 질문에 "만약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오게 되면 가장 큰 변수가 될 거다.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의 강함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니, 그 선수들이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