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기약 없는 기다림, 혹시 핵심을 잘못 짚은건 아닐까.
김혜성(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의 타격감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LA 다저스의 부름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김혜성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11타석에서 6안타 3타점 3도루를 기록하면서 앞선 3경기 연속 무안타 부진을 씻어냈다. 지난달 월간 타율 0.275, 홈런 없이 10타점에 그쳤던 김혜성은 무안타 침묵을 깨고 이틀 연속 멀티 히트 경기를 펼치며 감을 빠르게 되찾고 있다.
이럼에도 다저스의 부름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냉정하게 보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주전 키스톤콤비인 무키 베츠, 토미 에드먼이 부상에서 복귀한 가운데 백업 자리에는 베테랑 미겔 로하스와 유망주 알렉스 프리랜드가 있다. 내야 유틸리티인 김혜성은 마이너 강등 직전 좌익수로 나선 적도 있지만, 내야에 비해 플레잉 타임이 짧다는 점에서 외야까지 보폭을 넓히긴 쉽지 않다. 외야 백업까지 탄탄한 다저스의 뎁스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기록을 뜯어 보면 다저스의 김혜성 외면을 단순히 뎁스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지난달 김혜성은 트리플A에서 볼넷 6개를 골라낸 반면, 삼진을 22개나 당했다. 이달에는 볼넷 3개를 골랐지만, 삼진은 8개로 여전히 많다. 앞서 다저스 하위타순에 배치돼 상위타순 연결 고리 역할을 했던 위치를 고려할 때, 이런 삼진 숫자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선택을 주저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빅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에도 첫 달 좋은 모습을 보이다 이후 타격 지표가 급감한 것도 결국 높은 삼진 비율이 원인이었던 걸 곱씹어 볼 만하다.
김혜성은 앞서 한 달 넘게 다저스 로스터에 머물면서 수비력은 인정 받았다. 어려운 타구를 곧잘 걷어내고 수비 범위나 어깨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타격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게 결국 마이너 복귀의 원인이 됐다.
김혜성이 지난해 트리플A에서 기록한 출루율은 0.342다. 올해는 지난해 트리플A 전체 타석과 비슷한 숫자에 다가서고 있으나, 출루율은 0.323으로 하락했다. 다저스가 김혜성에게 타석에서 기대하는 건 장타가 아닌 출루와 연결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너리그에서조차 삼진 비율을 줄이지 못하고, 출루율도 3할대 초반에 그친다면 로버츠 감독의 부름을 받기는 더욱 어렵다.
물론 마이너에서의 높은 지표가 빅리그에서 무조건 성공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다저스가 김혜성을 오클라호마시티로 내려보내면서 '타격 재조정'을 언급한 점이나, 이 과정에서 변화와 피드백을 얻는 과정 속에 나오는 수치들이 마치 부진한 것처럼 왜곡돼 보일 수도 있다. 다만 그 시간이 길어진다면 결국 실력과 평가로 굳어진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향후 김혜성이 상승세를 넘어 어떤 지표를 쌓아가느냐를 주목할 만한 이유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