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세광고등학교가 1954년 창단 후 첫 청룡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982년 황금사자기 첫 우승 이후 44년 만의 전국대회 제패.
역사적인 순간의 탄생에는 공·수·주에서 완벽한 활약을 펼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한 2루수 서정휘(3학년)의 활약이 있었다.
서정휘는 1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경북고와의 결승전에 5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도루로 맹활약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0-0이던 1회초 2사 2,3루에서 터뜨린 선제 결승 적시타는 세광고가 살 떨리는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대회 서정휘의 활약은 눈부셨다. 5경기 전 경기에 출전, 매 경기 안타를 생산하며 17타수 8안타(0.471) 7타점, 7득점, 5도루를 기록했다. 올 시즌 전체로 넓혀봐도 20경기에서 4할대 타율과 20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고교 최고의 호타준족 내야수임을 입증했다.
"내려놓으니 찾아온 기회… 우리가 진짜 황금 세대"
경기 후 동료들과 함께 찜통 더위보다 더 뜨거운 우승 세리머니를 마친 서정휘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서정휘는 "솔직히 다들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임했다. 경북고가 워낙 잘하는 팀이라 점수 차가 좀 있어도 항상 긴장하고 있었고, 제일 어려웠던 경기였다"면서도 긴장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연히 우리가 우승할 줄 알았다"며 당찬 소감을 전했다.
대회 MVP를 거머쥔 비결로는 '마음가짐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대회 초반에는 잘해야 한다는 욕심과 부담감이 컸다"면서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타석에 들어서니 오히려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고 털어놓았다. 당초 팀 동료 김우진의 MVP 수상을 예상했다는 그는 "상 복이 저에게 와서 감사할 뿐"이라며 겸손함도 잃지 않았다.
세광고는 이번 대회 내내 탄탄한 내야 수비를 자랑했다. 서정휘는 "감독님께서 강팀이 되려면 수비가 완벽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신다. 훈련 때도 수비에 가장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임 후 첫 우승을 이끈 방진호 감독은 이날 경기 후 "8강부터는 디펜스 싸움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수비 연습에 치중을 많이 했고, 다행히 오늘 수비에서 위기 상황을 많이 넘긴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내야의 사령관으로서 후배들을 다독이는 리더십도 빛났다. 서정휘는 "2학년 후배들이 에러를 하더라도 '괜찮다, 점수 내면 되니까 다음 플레이에만 집중하자'고 다독였다"며 끈끈한 팀워크의 비결을 전했다.
이번 우승은 세광고 야구 역사에 남을 사건이다.
지난해 1년 선배들이 이끈 주축 멤버들이 '황금 세대'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으나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기 때문. 서정휘는 "작년에 형들이 황금 세대라는 말을 들었지만, 결국 우승은 우리가 해냈다. 이제 우리가 진짜 황금 세대"라며 유쾌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한 "내년에는 후배들이 워낙 짱짱해서 우승컵을 2개는 더 들어 올릴 것"이라며 2학년 후배들을 향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롤모델 김주원'처럼… 호타준족 내야수를 꿈꾸다
1m75, 72kg의 크지 않지만 다부진 체구를 지닌 서정휘의 최대 강점은 단연 '기동력'이다. 본인 스스로도 "내 가장 큰 장점은 달리기"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이번 대회 5개, 시즌 20개의 도루가 증거다.
등번호 7번을 선택한 이유도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도루 2위인 국가대표 유격수 김주원(NC 다이노스)이 롤모델이다. 서정휘는 "빠르고 정교하며 수비까지 완벽한 김주원 선수를 정말 좋아한다. 프로에 간다면 꼭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미 프로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선배들의 조언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서정휘는 "(김)요셉이 형(SSG)을 비롯해 프로에 간 선배들이 '무조건 프로로 오라, 정말 좋다'고 늘 말씀해 주신다. 그래서 저도 프로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9월 신인 드래프트를 향한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44년 만에 청룡기 첫 우승이라는 위대한 이정표를 세운 세광고.
그 중심에 빠르고, 정교하고, 수비까지 잘하는 'MVP 2루수'의 재치 넘치는 알토란 활약이 있었다. 선배들의 44년 묵은 우승 한을 풀어준 그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