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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거절당했다" 폰세의 길, ML 32승 거물의 깜짝 삼성행, 노 포기 '집념의 구애' 비하인드 스토리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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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새 외인투수 크리스 페덱과의 계약 소식이 알려진 11일. 삼성 라이온즈 이종열 단장은 미국 출장중이었다.

이 단장은 "어제 (미국에) 왔다"며 "전반 마지막 경기 끝나고 밤에 올라와 다음날 아침에 여기로 왔다"고 했다. 그는 "미리 계속 선수들을 봐둬야 한다. 내년도 있고, 시즌 중간에는 움직이기가 굉장히 어렵지 않나"라며 중장기적 차원의 외국인 선수 풀 확보를 위한 시간 쪼개기임을 설명했다.

이종열 단장은 지난달 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잭 오러클린과의 결별을 결심하고, 그를 대체할 새 외국인 투수 찾기 위함이었다.

기준은 분명했다. 올시즌 유일한 팀 목표인 '우승'을 선도할 수 있는 특급 투수가 필요했다. 시즌이 한창인 시점.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

군침 흘릴 만한 투수가 나타났다. 크리스 페덱(30)이었다. 사실 그는 처음에 '찔러나 본' 못 먹는 감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결국 삼성 유니폼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지난 11일, 부상 대체 외국인 투수로 활약해 온 잭 오러클린과의 추가 계약 연장 대신 크리스 페덱과 47만 3333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빅리그 132경기(선발 119경기)에서 32승 43패, 평균자책점 4.83을 기록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거물급 투수.

팔꿈치 수술 후 구위가 살짝 떨어진 후 빅리그 레벨에서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올시즌은 승리 없이 7패 뿐. 한참 전성기 나이에 어느덧 저니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자존심까지 바닥으로 떨어진 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올시즌도 빅리그에서 활약하던 현역 메이저리거. 시즌 중 한국행이 내킬 리 없었다. 게다가 시야를 넓히면 일본이나 국내 수도권 다른 구단 선택지도 있을 수 있는 화려한 경력자였다.

사실상 KBO리그에 올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빅리그 현역 거물을 데려온 배경에는 포기 없는 '집념의 구애'가 있었다.

삼성 유정근 대표이사와 포즈를 취한 크리스 페덱.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삼성 유정근 대표이사와 포즈를 취한 크리스 페덱.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사실 올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첫 거절에도 이어진 끈질긴 설득

삼성 이종열 단장은 이번 영입을 돌아보며 "우리 팀에 정말 필요한 선수를 뽑자는 생각 뿐이었다"며 "사실 페덱은 커리어나 타이밍 상 쉽게 KBO리그행을 선택할 선수가 아니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공을 들여야 했다"고 영입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실제 삼성의 첫 제안은 일언지하에 거절 당했다.

페덱은 삼성의 오퍼를 고사하고 지난 6월 30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 잔류를 택했다.

하지만 기회는 의외의 순간에 다시 찾아왔다. 계약 바로 다음 날인 7월 1일, 페덱이 곧바로 지명할당(DFA) 조치된 것.

이 단장과 삼성 프런트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두 번째 오퍼를 던지며 '진심 어린 읍소'와 설득에 나섰다. 이 단장은 "거절당한 뒤에도 계속 구애했다"며 "'KBO리그를 거쳐 다시 메이저리그로 화려하게 복귀한 코디 폰세(한화→토론토) 같은 좋은 선례가 있지 않느냐. 너에게도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삼성 이종열 단장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23/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삼성 이종열 단장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23/

김하성의 조언과 보라스 라인의 백그라운드 체크, 페덱의 마음을 움직이다

텍사스에서 단 하루 만에 지명할당 조치된 당혹감 속에 삼성의 진심이 닿자 페덱의 마음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행에 관심을 가진 페덱은 에이전시사인 스콧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의 한국 선수들과 소통하며 KBO리그의 환경을 면밀히 체크했다. 특히 과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과의 대화가 큰 촉매제가 됐다. 그는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과 함께 뛴 경험이 있어 KBO리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라이온즈의 선수들과 많은 걸 나누고 싶다"며 김하성에게 조언을 구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삼성이 현재 리그 최상위권에서 치열한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페덱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페덱은 삼성의 두 번째 제안을 받은 뒤 팀의 현재 상황과 백그라운드를 모두 확인했고,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는 판단하에 한국행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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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떤 리그에서든 프로야구는 많이 이겨야 하는 스포츠다. 그런 면에서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 팀의 전통과 팬들의 열정에도 끌렸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삼성 역시 추후 페덱이 빅리그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며 선수의 선택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타 팀들의 강렬한 오퍼가 있었음에도 페덱이 최종적으로 푸른 유니폼을 선택한 이유다.

국내에서 메디컬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페덱은 조만간 팀에 합류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예정이다.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판단이 들자 '첫 거절'에도 굴하지 않고 집요하게 구애해 마음을 돌린 삼성의 '집념'.

올 시즌 숙원인 대권 도전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까. 페덱 영입에 간접 공헌한 폰세급 활약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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