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좋아질 거란 생각은 했지만…불펜 평균자책점 1위를 할 거란 상상은 못했다."
전반기 1위를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이 꼽은 MVP는 필승조 이승민, 그리고 마무리 김재윤이었다.
그 중심에 철벽 불펜이 있었다. 전반기 삼성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3.76으로, 2위 두산 베어스(4.35)와도 큰 격차를 보인 압도적 1위였다.
박진만 감독은 "150㎞ 이상 던지는 강속구 투수들이 올해 여러명 돌아오니까, 작년보다 강해질 거란 생각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잘해줄 지는 몰랐다"고 돌아봤다.
올해 삼성의 마운드 운영은 선발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면서 불펜을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이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10개 구단 중 5위(4.33),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아리엘 후라도 한명 뿐이었다. 그럼에도 원태인과 양창섭, 최원태가 모두 경기당 평균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퀵후크(5회 이전 선발 교체) 횟수가 단 21번으로, 10개 구단 중 KT 위즈와 함께 가장 적었다.
그 결과 이닝 1위(107이닝) 퀄리티스타트 1위(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13번)를 책임진 후라도를 앞세워 선발 투구이닝 수 3위(455이닝)에 이름을 올렸다.
불펜 운영 역시 최대한 선수들을 배려했다. 3연투는 한번도 없었고, 2연투도 56번으로 리그에서 2번째로 적은 횟수(1위 키움 54번)였다. 부상에서 복귀한 최지광이나 이재희에겐 단 한번도 연투를 시키지 않았다.
불펜투수가 멀티이닝을 소화한 경기도 51번으로, NC 다이노스(43번)와 KT(49번)에 이어 3번째로 적다. 박진만 감독이 전반기 MVP로 팀내 연투 1위(김재윤, 12회) 멀티이닝 1위(이승민, 10경기)를 언급하며 "고맙다"고 거듭 강조한 이유가 있다. 두 선수를 제외하면 멀티이닝을 책임지는 임기영, 연투를 책임지는 이승현과 배찬승 등으로 역할까지 철저하게 구분한 활용도 인상적이다.
삼성의 철벽 불펜은 이렇듯 철저하게 보호받은 투수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만큼은 그 위력을 마음껏 펼쳐보인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 중심은 마무리투수일 수밖에 없다. 4년 58억원의 FA 이적 후 2년간 4점대 평균자책점에 그쳤던 김재윤이 지난 와신상담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22세이브로 전반기 세이브 1위를 차지했고, 평균자책점 2.87의 안정감도 더했다.
김재윤은 지난 전반기에 대해 "시즌초에는 운도 좀 따랐고, 덕분에 자신감이 붙었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불펜투수들이 다들 잘해줬다. 내가 마무리를 했을 뿐"이라며 웃었다.
불펜 평균자책점 1위에 대해서는 "삼성을 상위팀으로 분류하면서도, 약점을 불펜으로 꼽는 사람이 많았다. 솔직히 나만 해도 작년까진 잘 못했던 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그 평가를 뒤집는 성적을 내서 더 기분이 좋다"고 했다.
좌중간, 우중간 펜스가 직선으로 지어져 유독 짧은 대구 라이온즈파크의 특성은 마무리투수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김재윤은 올해도 홈경기에서 다소 약한 면모(평균자책점 4.70)를 보였다. 대신 원정 16경기 14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평균자책점 0을 질주하며 이를 만회했다. 원정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는 0.68에 불과하다.
김재윤은 "잠실 한번 갔다오면 대구는 더 작게 느껴지기도 한다"며 웃은 뒤 "의식하면 더 안되기 마련이다.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려고 노력중"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윤은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던 KT 시절 2년 연속(2022~2023) 세이브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생애 첫 세이브왕 도전인데다 레전드 오승환 이후 삼성의 첫 세이브왕 도전이다.
역대 삼성의 세이브왕은 단 4명 뿐이다. 황규봉(1982) 권영호(1985) 임창용(1999, 2004) 그리고 오승환(2006~2008, 2011~2012, 2021)이다.
김재윤이 삼성 역사상 5번째 세이브왕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그는 "욕심은 당연히 있지만, 의식하진 않으려고 한다. 일단 예전처럼 세이브를 최소 30개 이상 올리는게 목표다. 삼성에서 날 데려온 건 그런 모습을 기대했던 건데, 아직 보여드리지 못했으니까"라며 "내가 세이브를 올린다는 건 팀이 승리했다는 거니까, 매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가득 찬 관중석을 보면서 정말 많은 힘을 받고 있다. 후반기에도 잘 부탁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