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26년 북중미월드컵이 인종차별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이번에는 스페인 전 총리가 망언을 했다. 스페인은 15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각) 미국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프랑스와 4강전을 치른다. 12일 프랑스 RMC 스포츠에 따르면 마리아노 라호이 전 스페인 총리는 현지 매체 엘 데바테에 기고한 칼럼에서 프랑스 대표팀을 조롱하는 글을 남겼다.
칼럼에서 라호이 전 총리는 스페인의 준결승 진출을 축하하면서 상대팀인 프랑스 대표팀에 대한 평가도 내렸다. 그는 '프랑스는 두 차례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대회 준우승팀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번 월드컵에서도 모든 경기에서 이겼고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라고 했다.
이후 '선수단의 수준 역시 매우 높다'면서 '게다가 프랑스인 없이도 이 모든 성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호이 전 총리의 이 발언은 프랑스 대표팀에 흑인과 이민자 가정 출신 선수가 많다는 점을 빗댄 것으로 해석되며 인종 차별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프랑스 대표팀은 상당수가 이민자의 자녀 혹은 손자로 구성됐다. 라호이 전 총리는 이들을 진정한 프랑스인으로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라호이 전 총리의 글과 다르게, 프랑스 대표팀 26명 중 프랑스가 아닌 타국가에서 태어난 선수는 마이클 올리세, 마르쿠스 튀랑, 브리스 삼바, 단 3명 뿐이다.
라호이 전 총리의 발언은 프랑스 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로랑 누녜스 프랑스 내무장관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누녜스 장관은 "만약 그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말"이라며 "프랑스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나라이며,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찾고 성장할 수 있는 나라"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모두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이런 발언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의 에이스 킬리안 음바페가 파라과이 상원의원 셀레스트 아마리야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 프랑스는 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16강전에서 음바페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파라과이의 거친 플레이가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음바페는 경기 뒤 "상대는 우리가 턱시도라도 차려입고 와서 화려한 플레이만 펼칠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우리도 더러운 축구를 할 줄 안다. 오늘 그걸 보여줬다"며 "그리고 그 더러운 축구에서도 우리가 더 나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경기 방식은 우리가 단순히 공격적인 축구만 하는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우리도 손을 더럽혀야 한다면 기꺼이 더럽힐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자 파라과이 자유급진당 소속의 아마리야 상원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음바페를 저격했다. 내용은 경악스러웠다. 음바페를 향해 "프랑스인 행세를 하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는 식민지 출신 카메룬인", "글쓰기도 배우지 못한 야만인"이라고 표현하며 극악무도한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냈다. '음바페는 무식해서 글을 못 배웠다. 엄마의 모유를 대신해 코코넛이나 먹었을 것이다. 그의 외침은 가장 교양 있는 침팬지의 소리였다'며 선 넘는 발언까지 했다.
이후 전세계가 나서 아마리야 상원의원을 지탄했다. 음바페도 응수했다. 프랑스 정계는 물론 UN까지 나섰다. 아마리야 상원의원은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사과하면서도, 물러서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