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지난해 길었던 부상, 연장계약 거절,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
LG 트윈스 홍창기의 2026년 각오는 야심으로 가득했다. 그 마음이 부담으로 이어진 걸까. 컸던 기대만큼이나 큰 실망으로 돌아왔다.
홍창기의 전반기 타격 성적은 타율 2할5푼9리 2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14에 불과하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데다, 주전으로 올라선 뒤에도 시즌 홈런이 '1개'인 해가 3번이나 될 만큼 장타자는 아니지만, FA를 앞둔 올해 홈런 0개는 여러모로 아쉽다.
출루율 4할을 보장하는 남자의 명성에도 살짝 금이 갔다. 4할 4~5푼을 찍던 출루율이 지난해 3할9푼9리, 올해 전반기는 3할9푼8리다. ABS(자동볼판정 시스템)존에 고전하는 와중에도 타율과 무려 1할 4푼이나 차이나는 눈부신 클라스의 선구안을 보여줬다. 볼넷 부문 리그 3위(52개)다. 그 출루가 고스란히 오스틴의 타점으로 이어졌다곤 하지만, 기본적인 타율이 너무 낮다.
기본적으로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삼진도 77개에 달해 팀내 1위, 리그 7위다. 그만큼 상대 투수들도 자신감있게 승부한다는 뜻이다.
리드오프인 만큼 출루율만으로도 최소한의 역할은 하고 있다. 하지만 충분하다곤 말할 수 없다. 홍창기는 올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지난 겨울 LG의 비FA 연장계약 제안을 거절한 만큼 자신의 가치를 더 끌어올렸어야 했는데, 올시즌 성적만 보면 그렇게 말하긴 어렵다.
볼넷은 주자의 수를 늘린다는 점에선 안타와 같지만, 앞선 주자의 진루 가능성이 안타보다 낮다. 또 찬스에서 안타 하나면 바로 점수를 낼 수 있지만, 볼넷은 그렇지 못하다.
주루나 수비에서도 홍창기의 폼은 하락세다. 박해민이 없으면 LG 중견수 1순위 선수지만, 염경엽 LG 감독은 부진해도 박해민의 타순을 8, 9번으로 내릴 지언정 그를 중용하는 편이다.
여기에 내년이면 33세, 외야수에겐 적지 않은 나이인 점도 FA에겐 자칫 치명적일 수 있다. 장타력이 부족하다보니 이른바 '탈잠실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외야가 좁아지면서 장타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2021, 2023, 2024년 3시즌만 봤을 때 홍창기는 4할이 넘는 출루율과 더불어 평균 174개의 안타, 18개의 도루를 했다. 장타가 없고, 수비나 주루에서 리그 톱이라고 보기 힘든 그가 해줘야하는 공격에서의 기대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6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 6월 이후만 보면 타율 3할6리, OPS 0.802를 기록중이다. 조금씩 홍창기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구단 역사상 5번째 우승을 노리는 LG로선 후반기 홍창기의 반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염경엽 감독의 동기부여 능력이 다시한번 빛을 발할 때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