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29승1무57패, 승률 0.337. 반등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씁쓸하게 최하위로 2026시즌 전반기를 마감한 키움 히어로즈의 성적표다.
영웅 군단의 전반기 발자취를 뜯어보면 참혹한 약점과 예상외의 강점, 그리고 후반기 반등을 위해 반드시 메워야 할 뚜렷한 보완점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방망이와 기동력, 모두 실종된 공격력
전반기 키움의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은 누가 뭐래도 '식물 타선'으로 전락한 공격력이었다. 타격 지표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리그 최하위를 맴돌았다.
키움의 전반기 팀 타율은 2할3푼4리로 리그 10개 구단 중 압도적인 꼴찌다(리그 평균 타율 2할6푼7리. 팀 안타(682개), 득점(295점), 홈런(51개), 장타율(0.333), 출루율(0.313), OPS(0.646) 모두 최하위표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타자들의 헛스윙은 리그에서 가장 많아 무려 755개의 팀 삼진을 당하며 허무하게 이닝을 종료했다.
장타력이 떨어지면 발로라도 득점 루트를 창출해야 하지만 키움의 기동력은 철저히 멈춰 섰다. 전반기 도루 시도가 단 17회(15개 성공)에 불과했다. 타 팀들이 평균 76회의 도루를 시도한 것과 비교하면 키움의 베이스러닝이 얼마나 정적이게 이루어졌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여기에 특정 팀을 상대로 한 '승수 자판기' 전락 현상도 뼈아프다. 전반기 선두권인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0승9패의 절대 열세를 보였고, KT 위즈(2승 8패 1무), 롯데 자이언츠(2승 7패)를 상대로도 승률 2할을 넘기지 못하며 순위 싸움의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무너진 ERA 속에도 빛난 '완봉승 6회' 폭발력
투수진 역시 팀 평균자책점(ERA) 5.04로 리그 9위에 머무르며 고전했지만, 그 안에서도 후반기 희망을 걸어볼 만한 강력한 무기가 있다. 바로 선발 투수진이 긁히는 날 보여주는 압도적인 '이닝 이팅'과 구위다.
놀랍게도 키움은 전반기 동안 '팀 완봉승'을 6회나 기록하며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와 함께 리그 공동 1위에 올랐다. 라울 알칸타라, 안우진, 하영민, 배동현, 박준현 등 선발이 마운드에 오르는 날에는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복은 심하지만, 영점이 잡히는 날에는 리그 어느 팀을 상대로도 압도적인 짠물 피칭을 선보일 수 있는 확실한 선발 카드를 쥐고 있다는 것은 후반기 대반격의 귀중한 불씨다.
과도한 실험 멈추고 '상수' 만들 때
결국 키움이 후반기 고춧가루 부대를 넘어 유의미한 반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벤치의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 팀 성향 데이터를 보면 키움의 불안정한 벤치 워크가 여실히 드러난다. 키움은 전반기 87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려 84개의 각기 다른 선발 라인업을 가동했다.
잦은 타순 변경과 선수 교체로 인해 타자들의 타격 사이클이 안정될 틈이 없었다. 또한, 대타 기용 횟수가 133회로 리그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많았다. 리그 평균은 102회다.
잦은 대타와 라인업 변경은 벤치가 끊임없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믿고 맡길 만한 확실한 주전 상수'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완봉승 6회를 합작할 만큼 폭발력이 있는 선발 마운드의 승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득점권에서 허무하게 물러나는 삼진(755개)을 줄여야 한다.
후반기에는 과도한 실험을 줄이고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는 '고정 라인업'을 통해 타격 밸런스를 되찾는 작업이 시급하다. 또 단 17번의 도루 시도에 그친 멈춰버린 기동력을 살려 점수를 쥐어짜 내는 스몰볼의 디테일도 보완해야 한다.
안우진의 안정적인 리햅과 루키 박준현의 등장, 그리고 프랜차이즈 최고 대우로 잔류한 하영민 등 마운드의 호재는 넘쳐난다. 이제는 야수진이 벤치의 확고한 믿음 아래 차갑게 식은 방망이를 예열하고 그라운드를 휘저어야 할 때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