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이정후의 전반기는 90점이다. 타구의 효율이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메이저리그 선배 강정호가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타격 매커니즘을 정밀 분석하며 후반기 맹활약을 향한 기대와 조언을 동시에 건넸다.
강정호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강정호 킹캉'에 '이정후의 소름 돋는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강정호는 이정후의 2026시즌 전반기 활약상을 되짚는 중간 점검 시간을 가졌다. 올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던 이정후는 5월 말 부상 복귀 후 맹타를 휘두르며 전반기를 타율 3할1푼이라는 훌륭한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강정호는 이정후가 시즌 초반 1할대 타율에서 3할 타자로 극적인 반등을 이뤄낸 가장 큰 비결로 '배트 접촉 효율(Squared-up rate)'의 증가를 꼽았다. 강정호는 이정후의 타격 데이터 중 대중에게 생소한 'Squared-up rate(스위트 스폿 정타 비율)' 지표를 소개했다. 그는 "망치로 못을 세게 쳐도 빗맞으면 안 들어가고, 살살 쳐도 정확히 치면 100% 효율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라며 "현재 이정후의 이 수치는 47.5%로 리그 최상위권이다. 오프시즌 동안 벌크업으로 근력을 키웠다기보다, 공을 정확히 때려 에너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진 것"이라고 극찬했다.
실제로 이 데이터는 타구 결과로 증명되고 있다. 강정호의 분석에 따르면 이정후의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은 작년 23.9%에서 올해 31.7%로 크게 상승했고, 땅볼 비율은 감소했다. 반면 삼진율은 11.5%에서 9.5%로 오히려 떨어져 타석에서의 효율성이 완벽에 가까워졌다.
여기에 과거 약점으로 지적됐던 좌완 투수 상대 타율도 작년 2할4푼1리에서 올해 3할4푼으로 껑충 뛰며 '좌상바(좌투수 상대 바보)' 꼬리표를 완벽하게 떼어냈다고 평가했다.
이정후에게 9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준 강정호지만, 타자 선배로서 남은 10점을 채우기 위한 뼈있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바로 '바깥쪽 코스의 장타력 부재'다. 강정호는 "작년에 비해 바깥쪽 공을 맞추는 컨택 능력과 타율 자체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바깥쪽 공을 강하게 때려내는 스윙 매커니즘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수의 심리를 예로 들며 "투수 입장에서 이정후는 삼진을 안 당하고 공을 잘 맞추는 타자다. 바깥쪽 공을 쳐서 아웃되면 고맙고, 코스가 좋아 땅볼 안타가 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계속 바깥쪽으로 승부할 것"이라며 "이정후가 스윙 매커니즘을 수정해 바깥쪽 공을 내야수 키를 넘기는 강한 타구로 보낼 수만 있다면 투수들에게 훨씬 큰 위압감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해결책으로는 "타석에 조금 더 바짝 붙어서 바깥쪽을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커터와 싱커 등 변형 패스트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적응기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정후는 전반기 막판 타격감이 다소 떨어지며 숨을 고르고 있다. 강정호는 후반기 맞이할 슬럼프 탈출법에 대해서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건넸다.
"메이저리그는 추격조나 패전 처리 투수들도 97~98마일의 강속구를 던진다. 감이 안 좋을 때는 뭘 해도 안 맞을 수 있다"고 설명한 강정호는 "감이 안 좋을 때는 공격적으로 나가기보다 볼넷을 한두 개씩 골라내며 타율 관리를 하고 출루율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 이정후의 최종 성적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강정호는 "시즌 초반에 예상했던 대로 최종 타율 2할 8푼, OPS 0.750 정도에서 시즌을 마감할 것 같다. 물론 3할을 치면 더 좋겠지만, 후반기 찾아올 슬럼프 기간을 얼마나 짧게 줄이느냐가 한 시즌 성적을 좌우할 가장 큰 키포인트"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강정호는 "이치로 선수는 연습 배팅 때 몸의 힘을 100% 다 쓰면서 안타 코스만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이정후 역시 몸을 다 써서 강한 컨택을 만들어내는 타자로 진화해야 메이저리그에서 더 롱런할 수 있다"며 후배를 향한 애정 어린 조언을 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