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제발 큰 부상이 아니어야 할 텐데...'
강습 타구를 친 타자는 1루 베이스를 밟은 뒤에도 쓰러진 투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이 받아친 타구에 맞은 뒤 쓰러진 상대 투수를 향한 미안함과 걱정 때문이었다.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회부터 모두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왔다.
이날 경기 전까지 KIA 선발 아담 올러는 올 시즌 16경기에서 9승5패 평균자책점 2.36을 기록 중이었다. 특히 SSG를 상대로는 2경기 12이닝 무실점 2승을 거둘 정도로 강했다. KIA 선발 올러는 강력한 구위로 SSG 리드오프 정준재를 가볍게 뜬공 처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박성한. 경기 전까지 올러를 상대로 6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박성한은 끈질기게 승부를 이어갔다. 그리고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올러의 6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마운드로 향했다.
박성한의 강습 타구가 올러의 오른쪽 무릎 뒤쪽을 강타했다. 올러는 곧바로 다리를 절뚝거리더니 끝내 쓰러졌다. 통증이 상당한 듯 얼굴이 일그러졌고, 급히 달려 나온 이동걸 투수코치와 트레이너가 올러의 상태를 살폈다.
내야 안타를 기록한 뒤 1루에 도착한 박성한은 베이스를 밟고도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고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자신이 친 타구에 상대 선수가 쓰러진 상황은 박성한에게도 충격이었다.
박성한은 올러가 일어설 때까지 곁을 지켰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쓰러진 투수를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는 '제발 큰 부상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다행히 올러는 통증을 이겨내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박성한의 표정도 조금 풀렸다.
마운드로 돌아가는 올러에게 박성한은 먼저 다가가 손길을 건넸다. 올러 역시 자신을 끝까지 걱정해 준 박성한의 마음을 알았는지 헬멧에 손을 올리며 '괜찮다'는 뜻을 전했다.
두 선수가 보여준 모습은 승패를 떠난 스포츠맨십 그 자체였다. 강습 타구에 모두가 놀란 순간, 끝까지 상대를 걱정한 박성한의 진심과 이를 따뜻하게 받아준 올러의 배려가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올러가 다시 마운드에 서는 순간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던 박성한. 그리고 그런 박성한의 헬멧을 툭 치며 미소로 화답한 올러. 서로를 향해 건넨 따뜻한 손길은 현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